내 아이 방목해야 자립심 키운다
내 아이 방목해야 자립심 키운다
  •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20.11.0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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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이 세상 무엇이든 고통 없는 탄생은 없을 것이다. 꽃봉오리를 찢고 꽃이 피거나 나뭇가지의 살을 뚫고 새 가지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8개월쯤 조산기가 있었다. 병원에서 한 달 정도 침대 위에서 꼼짝없이 누워 있었고 집에 와서도 한 달간 조심하였다. 수술하면 인큐베이터에 넣어야 한다는 소리에 몸을 조심하여 결국 자연분만을 하였다.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새로운 생명이 나 때문에 태어났다는 사실이 너무도 감격스러워 잠이 오지 않았다. 퇴원 후 집에 와서 아직 아기 눈의 초점도 맞춰지기 전인데 태어나기 전부터 배 속에서 들려주었던 책을 읽어주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을 허우적거리며 좋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남편이 “자식은 귀하게 길러야 귀하게 된다.”라고 지나치듯 뱉은 말을 가슴에 품고 사랑으로만 기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방안 천정에는 문구점에서 야광별을 사다가 달아주었고, 안방 벽엔 꽃과 나무 등의 부직포를 붙여주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방을 만들어주었다. 아이가 울면 모든 일을 제쳐놓고 무엇 때문에 우는지 알기 위해 기저귀를 갈아주고, 손등을 입에 대보며 배가 고픈 것은 아닌지, 이마에 손을 얹어 열이 나는 것은 아닌지 살펴주었다.

아이는 누구나 천재로 태어난다고 책에서 보았다. 다만 점점 머리뼈가 굳어지며 닫히게 되는데 그전에 오감을 자극하여 아이의 호기심을 발동시켜주고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하여 클래식도 매일 잔잔하게 틀어놓았다. 놀아줄 때는 최대한 즐겁게 깔깔거리며 웃도록 놀아주었다. 엄마가 직장에 나가지만 저녁에 오면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도록 최대한 표현을 해 주었다. 활짝 웃는 모습이 예뻐서 별명을 `살인미소'로 불렀다. 밖으로 데리고 나갈 때 우리 아기가 한번 웃어주면 사람들이 모두 예뻐서 어쩔 줄 몰랐기 때문이다.

언어력이 뛰어나서 첫돌도 되기 전에 또래 아이들이 엄마, 아빠 간신히 발음할 때 엄마 이름이 무엇이지 아빠 이름이 무엇인지를 말했다. 아이가 4살 때 큰 아빠 집인 일산에 갔는데 사촌형을 따라서 오락실에 갔다가 그만 길을 잃었었다. 어른도 헛갈리는 일산 도심에서 아이를 잃어버렸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30여 분 뒤에 경찰서에서 아이를 데려가라는 전화가 왔다. 가보니 우리 아이가 경찰서에 가서 엄마 전화번호를 대며 찾아달라고 했단다.

이렇게 영리하고 똑똑했던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점차 빛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마음껏 놀고 싶어 하는 아이와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라는 틀에 가두려는 부모와의 갈등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 돌볼 장소로 학원을 택했고 몇 개의 학원을 순회하며 자율성을 박탈당했다. 아이가 학원을 빼고 안기기라도 하면 아빠는 회초리를 들며 버릇을 고친다고 윽박질렀다. 그 당시엔 아이들이 잘못하면 혼을 내서라도 바로잡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아동 학대였다. 아이의 삶을 부모가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하면서 뜻대로 안 되면 힘이나 돈으로 윽박지르며 부모 입맛에 맞게 키우려 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대학 복학을 과감히 버리고 취업을 택했다. 자신에게 학교 공부는 맞지 않으니 사회 경험을 통하여 직접 배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부모의 한계를 넘어서 자신의 삶을 꾸려갈 것이기에 그에게 대학 졸업장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감이 충만한 그는 자기 인생을 멋지게 꾸려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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