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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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7.06.0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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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본 6월 단상(斷想)
남 경 훈 <정치행정부장>

오늘은 제 52회 현충일(顯忠日)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는 날이다. 각 기관단체마다 엄숙하고 경건한 추념식이 있고, 가정마다 조기를 달고 음주 가무를 하지 않는 날로 우리는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현충일이 있고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이 일어난 6월을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로 우리는 사뭇 여기고 있다.

며칠 전 TV 개그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현충일 특집이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이날 코너에서는 가수 조성모의 '아시나요'를 주제곡으로 1950년 6·25전쟁 당시 아깝게 목숨을 잃어가는 4명의 청년이야기를 그렸다고 한다.

또 코너 마지막 순간에는 "현충일… 그저 쉬는 날. 현충일… 그저 노는날.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그저 쉬는 날일 수 있습니다. 학업에 지친 우리에게 그저 노는 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쉴 수 있고, 놀 수 있는 오늘을 있게 해 준 그 숭고한 영혼들을 적어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자막을 영상과 함께 올려 시청자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6월하면 이런 느낌을 갖게 마련이다.

더욱이 6월은 한국 현대사에서 지울수 없는 또하나의 역사적인 날이 있다. 6·10민주항쟁이다. 올해로 스무돌이 된다. 직선제 대통령선거를 쟁취한 날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민주화를 위해 피를 흘린 날이다. 이래 저래 6월은 그래서 의미가 새롭다.

그러나 정치권의 2007년 6월은 이런 분위기와는 너무도 다르다.

중앙이나 지방 정치권 가릴 것 없이 아귀다툼이다. 호국영령들의 숭고함이 희석되는 대목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이합집산(離合集散)을 시작한 범여권이나,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지지율속에 당내 경선에 돌입, 본격적인 물어뜯기에 나선 한나라당이나 갈수록 가관(可觀)이다.

여기에 전직 대통령은 이래라 저래라 훈수(訓手)를 늘어 놓는다. 현직 대통령은 자신이 한일에 대해 평가를 해 보겠다며 자기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를 정치세력화하려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현재의 정치권은 시계제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 총선을 통해 충청권을 싹쓸이하다시피한 열린우리당 지역국회의원들은 어느 배를 타야할지 우왕좌왕이다. 우리는 같은 배를 타야한다며 여러차례 만나 약속을 해도 왠지 찜찜하다. 확신이 가는 것이 없어서 인 것 같다.

충북권 의원 중 이미 배를 갈아탄 두명의 의원은 우리 배를 타라고 손짓을 한다. 그러나 기우러질대로 기우러진 배를 타고 있던 나머지 의원들은 좋은 배가 오니 기다리라는 선장의 말만 믿을수도 없는 처지다. 한나라호(號)에 맞서 얼마나 큰 배를 탈지 자못 궁금해진다.

지방은 지방대로 복잡하고 해석이 안 되는 부분들이 너무도 많다.

내년 총선과 향후 지방선거 등 장래를 보고 지역 정치인들은 생명을 내던지고 있다. 31명에 불과한 충북도의원들은 제살길 찾기에 나섰다. '근혜냐 MB냐'를 두고 치열한 싸움 뿐이다. 이미 두동강이가 났다.

집행부와 의회가 사사건건 벌이는 다툼속에는 이들을 뽑아준 도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그렇다고 집행부인 도가 잘한는 것은 아니다. 지사는 지사 나름대로 고집이 대단하다. 정치적으로 한수 위에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민선4기 기치로 내건 경제특별도만 잘 된다면, 의회가 불만을 갖건 문제를 일으키건 상관않겠다는 반응이다.

6월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런 다툼을 보고 우리 호국영령들이 누구를 위해 목숨을 바쳤는지 후회스럽다는 탄식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6월만이라도 화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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