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인(道人)의 세계
도인(道人)의 세계
  •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20.11.04 1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귀룡 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얼마 전 티브이에서 전우치를 보았다. 몇 번 봤지만 항상 재미있다. 영화 속 전우치(田禹治)는 환술(幻術)이 능한 도인으로서 실제 인물이다. 이희의 송와잡설(松窩雜說)에서는 전우치 환술을 실감나게 기술하고 있다.

우치가 친구들과 모여 술 마시며 놀 때, 친구들이 천계(天界)의 복숭아(天桃)를 가져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우치는 새끼 백발을 가져오게 하고 하늘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새끼가 구름 넘어 하늘에까지 닿아서 매달려 있었다. 이에 동자를 시켜 복숭아를 따오라고 하자 동자가 새끼를 타고 올라갔다. 얼마 후, 나뭇잎과 푸른 복숭아가 우수수 떨어졌다. 좌중이 복숭아 맛을 보니 세상의 맛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 붉은 피가 떨어지더니 동자의 팔, 다리, 머리, 몸통이 조각난 채로 떨어졌다. 우치는 복숭아 하나 따먹었다고 사람을 죽인다고 투덜대면서 떨어진 신체 각 부분을 원래대로 배열하자 머리와 사지가 몸통에 결합되어 종이 살아났다.

전우치는 각종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도망 다니다 황해도에서 옥사했다고 한다. 소설 전우치전에서는 그의 행각이 한량에 바람기, 장난기가 많아서 그의 죽음을 달리 그려내고 있다.

우치는 시내에서 예쁜 여자를 보면 쫓아가 그 여인의 남편으로 변신하여 음행을 일삼았다. 이에 도가 높은 윤세평(尹世平)이 전우치를 죽이기로 작정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전우치는 부인에게 누군가 와서 자기를 찾으면 집에 없다 하라 일러놓고 장독대 뒤에서 곤충으로 변신하여 숨어 있었다. 절세미인으로 둔갑한 윤세평이 집에 찾아와 전 진사(田 進士)와 오래전부터 정을 통하고 있어 오늘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부인에게 말하였다. 이에 화가 난 부인이 장독대로 쫓아와 방망이로 장독을 두드려 부시니 곤충으로 변신한 전우치가 드러나게 되었다. 이에 절세미인이 말벌로 변신하여 곤충으로 변한 전우치를 쏘아 죽였다.

개운(開雲) 조사는 1790년에 태어났다. 9살까지 아버지, 어머니, 외삼촌, 외숙모를 다 잃고 천애고아가 되었다. 그는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갖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죽음을 피할 수 있을까를 고심하게 되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죽음을 피하는 방법을 물으니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한 스님을 만나 불가(佛家)에서는 죽음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하고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수행을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에 조사는 13세에 지금의 봉암사로 무작정 찾아가 출가하여, 혜암 선사를 모시고 수도하던 중 1년 만에 스님도 돌아가셨다.

전국을 돌며 방랑하다가 봉암사의 환적암으로 돌아와 수도하였다. 수도 중, 어여쁜 여인도 나타나고, 호랑이도 따라오고, 큰 뱀이 온몸을 휘감기도 하며, 황금과 비단이 발아래 그득하기도 하는 등 온갖 시험(魔)에 들었으나 미동도 하지 않고 수도를 하였다. 이에 거지꼴을 한 스승이 나타나 개운조사를 지도하였고 곧 도를 통하였다.

개운조사는 51세에 지리산으로 떠나서 그 후로는 행적을 알 수 없다고 한다. 그 외에도 바위에 손가락으로 글을 썼다거나 구름을 타고 나타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 건 자신의 수도 경험을 적어놓은 책을 100년 후에 누군가가 찾게 될 것이라 하면서 천장에 숨겨 놓았는데, 100년 후에 양성 스님이라는 분이 도장산 심원사에서 기거를 하던 중 이 책을 찾아 유포시켰다고 한다. 이 양성 스님이 개운조사를 만났다 하고 탄공 스님(1880~1998)도 1990년에 개운조사를 만났다고 한다. 199세 되던 해까지 개운조사가 살아 있었다는 말이다. 개운조사가 지금도 살아 있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

황당하다구? 나도 황당하다. 이 이후에는 위의 글이 황당한 데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는 내용의 글을 썼었다. 그런데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절차가 오히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장애가 될 듯하여 지워버렸다. 읽는 사람 맘대로 생각해보시라.

/충북대 철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