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보다 아름다운 우리의 밤을 위하여
낮보다 아름다운 우리의 밤을 위하여
  • 박소연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 승인 2020.11.0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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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소연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박소연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교육활용팀장

 

전국이 붉게 물드는 계절이 왔다. 코로나19로 침체되었던 분위기는 형형색색의 단풍을 따라 슬며시 피어나고 있다. 이맘때만 즐길 수 있는 청량한 날씨 덕에 야외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 생겨나는 요즘, 조용한 밤에 훌쩍 떠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몇 해 전 개봉한 어느 영화에서 모두가 잠든 밤이면 깨어나는 박물관 이야기가 소재로 다루어진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단지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문화재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문화재야행'이 그것이다. 문화재야행은 문화재가 집적된 지역을 거점으로 활용하여 지역의 역사문화자원과 결합해 즐기는 야간 문화관광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정동야행을 시작으로, 매년 점차 확대되어 올해는 36개 지자체에서 진행되는데, 야경(夜景), 야로(夜路), 야사(夜史), 야화(夜畵), 야설(夜說), 야식(夜食), 야시(夜市), 야숙(夜宿) 8야(夜) 테마에 따라 야간에 즐겨서 더 특별한 문화유산 속 흥미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충북에서 유일하게 청주에서만 열리던 문화재야행이 올해는 옥천에서도 개최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옥천의 구읍이라 불리는 상계리, 하계리, 교동리 일원에서 `우리의 밤이 열리면'이라는 주제로 11월 3~8일까지 진행되는 이 행사는, 구읍 일대에 남아있는 정지용생가, 옥주사마소, 옥천향교, 육영수생가 등의 문화재를 주로 활용하여 옥천의 역사와 문화를 풀어낼 예정이다.

옥천 구읍은 말 그대로 구읍(舊邑)이다. 지금의 옥천역 주변에 새로 생긴 읍내와 구별하기 위해 부르던 구읍, 이곳은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명실상부한 옥천의 중심지였다. 옥천향교와 옥주사마소를 비롯하여 현재는 그 자리만 전해지고 있는 관아도 있었다. 이곳에 일본은 옥천역을 짓고자 계획하였으나, 이 소식을 들은 구읍 일대에 살던 지역민들의 거센 반대에 옥천역을 현재의 금구리 쪽으로 옮겨 짓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자연스럽게 옥천의 중심지는 기차역 주변으로 옮겨가게 되었고, 구읍 일대는 점차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때 이후 어느 순간 시간이 멈춘 것은 아닐까 싶게 이곳에서는 조금만 걷다 보면 그때의 기와집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당시 사람들이 살던 집, 사람들이 지켜낸 동네, 구읍. 그들이 있었기에 현재까지 잘 보존된 옥천향교, 옥주사마소 등의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현재 구읍은 쇠퇴한 시골 동네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당시 사람들의 자부심이 배어 있다. 내가 지켜낸 동네, 그리고 문화재.

2020년 옥천에서 문화재야행이 열릴 수 있게 해준 바탕에는 그들이 있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이야기가 좀 더 궁금하다면 옥천에 한번 방문하는 것이 어떨까.

옥천 문화재야행은 코로나19에 대비하여 온라인으로 문화유산 영상을 송출하고, 오프라인으로 문화재 야간개방을 시행한다고 하니, 가기 전에 옥천군 유튜브와 옥천 문화재야행 홈페이지(http://occulturenight.org/) 둘러보고 가는 것도 좋겠다.

짧기에 매력적인 가을밤에 가벼운 마음으로 문화유산 속에서 힐링의 시간을 갖다 보면 낮과는 또 다른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운 매력을 한껏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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