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대회
기다리던 대회
  • 김진균 청주중학교 교장
  • 승인 2020.11.0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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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진균 청주중학교 교장
김진균 청주중학교 교장

 

2년 전 모교인 청주중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했다. 모교에 와서 교장을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참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친구나 지인들의 축하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모교라는 부담감도 적지 않다.

본교에는 여러 종목의 운동부가 있다. 체육 영재들은 미래의 꿈을 위해서 방과 후나 주말에도 쉬지 않고 열심히 운동한다. 그중 방학은 선수들에게 집중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난 겨울방학, 동계훈련에 본교 후배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열정을 보였다.

그러던 중 동계훈련 막바지인 지난 1월 코로나19가 불거지면서 모든 것이 멈춰 버렸다.

조금 있으면 나아지겠지 하고 기다렸으나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기다림이 길어지자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실망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량을 뽐낼 대회조차 기약할 수 없는 훈련은 지도자나 아이들을 무기력에 빠지게 만든다. 대회에 출전해 좋은 결과를 얻는 것만큼 운동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아이들을 설득해 보지만 그리 힘이 되진 못한 듯하다.

열심히 운동을 한 만큼 대회에 나가 좋은 결과를 얻는 것만이 아이들에게는 더 중요한 것 같았다.

사실 운동선수에게 대회의 결과, 성적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운동을 하는 동기가 됨은 물론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들은 학교에서 다양한 평가를 받는다. 평가에는 크게 수행평가와 지필평가가 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1까지는 수행평가인 과정중심 평가를 한다. 대신 지필평가, 다시 말해 중간시험이나 기말시험을 시행하지 않는다. 중2부터는 이 수행평가에다 지필평가가 병행된다. 그렇다면 왜 초등학교에서 중1까지는 과정중심의 수행평가만 하고 그 이후 지필평가를 병행하는 것일까. 그것은 과거 줄세우기식 평가가 아이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그 경쟁의식이 아이들의 성장에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말은 자칫 지필평가는 잘못된 것이고 수행평가는 바람직한 평가라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판단은 별도로 미루자. 중요한 것은 “왜 평가를 하는가”에 있다.

평가에는 어떤 행위, 이를테면 학습이든 훈련이든 그에 대한 반성(장단점 찾기)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습 측면이든 운동 측면이든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그 `반성'은 꼭 필요하다.

따라서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하다면 그 평가 방법이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중국 덩사오핑이 70년대 말 중국 경제정책으로 던졌던 흑묘백묘(黑猫白猫)론과 같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것이다. 며칠 전 교사나 선수 모두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합 개최 공문이 왔다. 올해 첫 경기이자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다. 지금까지 노력한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제대로 평가받길 기대한다.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기죽지 말자. 오늘의 결과는 다음 경기의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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