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예술, 살아남기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문화예술, 살아남기 전략이 필요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11.02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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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지역의 문화예술계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온라인으로 대체했던 방식의 문화예술이 대면으로도 가능해지면서 예술현장도 숨통이 트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올 초부터 밀렸던 행사나 공연, 전시가 11월과 12월에 쏠리면서 `했다'는 것에 만족하는 수준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지원사업 대부분이 한 해를 기준으로 책정되고 예산을 집행해야 하다 보니 예산 털기에 급급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소하게 이어진 지역의 예술활동은 대부분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관객과의 대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의 문화예술계 긴급지원금은 인터넷 강국답게 온라인 공연을 지원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크고 작은 공연들이 온라인으로 제작되고, 전시장도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문화예술계가 한바탕 영상작업에 치중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송출된 대부분의 예술활동은 그들만의 잔치에 머무는 수준이었다. 조횟수가 예술의 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고급영상에 노출된 소비자들이 굳이 찾아보지 않게 되는 예술 기록물이 됐다. 온라인으로 예술이 소비되면서 영상기술에 의해 작품의 질이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한탄의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비대면이 되면서 예술인들에겐 과제가 늘었다. 작품에만 전념해도 어려운데 애초 수립했던 사업 계획을 수정해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여기에 온라인방식으로 송출하는 방식까지 책임져야 한다. 규모가 있는 예술단체들은 그나마 발 빠르게 대처해 온라인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있지만, 개인의 예술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특히 연말로 모든 행사가 몰리면서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구하기는 어려운 지금의 상황은 개인들의 창작활동마저 의욕을 꺾고 있다.

이처럼 올해 문화예술 생태계가 초토화되었던 것과는 달리 관객들이 예술을 소비하는 방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온라인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예술을 감상하고, 과학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새로운 디지털 예술이 대세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현장 예술의 기근이 현장에 대한 갈증으로 커졌지만, 온라인 방식의 예술활동이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소비자들은 새로운 방식의 예술을 적극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월 우리나라 보이 밴드 BTS가 온라인 공연을 통해 500억원 가량의 수익을 창출했다는 소식은 다가올 예술소비의 변화 신호탄이기도 하다. 대형 공연장에서의 대면 공연보다 예산이 8배 이상 더 투입됐다는 그들의 공연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미래예술이 어떻게 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이는 과거의 방식과 사고로는 문화예술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이 새로운 경제 생산 분야로 주목했던 문화산업은 코로나19로 힘없이 무너졌다. 문화산업계의 아이콘이라고 칭송받았던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는 파산을 신청했고, 세계 뮤지컬의 중심인 브로드웨이 역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문화산업이 대형화될수록 위기에 허약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

결국, 지역의 문화예술이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된 활동과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공공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은 거부할 수 없는 새로운 물결이다. 너도나도 문화도시를 표방하며 문화산업에 치중했던 지자체들은 문화예술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젊은 예술가들이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위기 속 변화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의 정체성을 높이는 문화정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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