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지역의 유교 전통을 이어가는 진천향교 풍화루(風化樓)
진천지역의 유교 전통을 이어가는 진천향교 풍화루(風化樓)
  • 김형래 강동대교수
  • 승인 2020.11.0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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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관학으로서 향교제도는 이미 고려조부터 시작되었으나 유교를 정치이념으로 삼은 조선왕조의 향학 진흥책에 힘입어 공식적인 지방교육기관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향교 건립은 지방수령에게 부과된 왕조의 행정지침이었기에, 지방 수령들은 지방 사족(士族)의 도움을 받아 향교를 건립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조선시대 향교는 공립 교육기관으로서 핵심적인 도시공공시설 중의 하나였다. 향교 주변에는 유림들의 주택이 자리하기 마련이고 자연스레 학원가를 형성하였다. 이를 교동이라 부르며, 교동은 향교를 중심으로 하는 지방사림(地方士林)의 주택가를 의미하게 되었다. 지금도 지방 도시의 중심지에는 `교동' 혹은 `교촌', `향교말'이라는 동네가 있다.

진천향교는 고려 충숙왕 때 창건설, 조선 태조 때 창건설 등이 기록으로 전해오고 있어 정확한 건축 시기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향교제도가 시작된 것이 고려 중기로 알려져 있어 아마도 진천향교도 고려시대에 설치되었던 지방교육기관이 조선 초기에 재정비된 것으로 여겨진다.

진천향교는 현재 대성전, 동·서무, 내삼문, 명륜당, 풍화루, 홍살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천향교의 특이점은 독특한 배치법에 있다. 충북지역의 대부분의 향교가 전학후묘(前學後廟)의 배치법을 따르고 있으나, 진천향교는 강학공간(講學空間)인 명륜당과 제향영역(祭享領域)인 대성전을 좌우로 병렬 배치한 좌학우묘(左學右廟)의 배치형식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좌학우묘의 배치는 대성전의 위계나 신성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잘 사용되지 않는다. 아마도 진천향교는 급경사지에 위치한 입지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배치형식을 따른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지형적 여건은 진천향교의 정문격인 풍화루(風化樓)에서도 나타난다. 풍화루는 향교의 외삼문이면서도 누문형식을 띠는 독특한 구조이다. 향교건축에서 외삼문을 누문으로 만든 것은 충북지역에서는 드문 예이다. 급경사지에 위치한 진천향교로서는 외삼문을 문루형식으로 하여 하부는 대문을 달아 출입하도록 하였고, 상부는 누형식으로 구성하여 유생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진천향교 풍화루(風化樓)는 창건 당시에는 없었으나 1804년(순조 4) 이 지방의 유지였던 최흡이 사재를 털어 세웠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향교에 루가 건립되는 것은 조선시대 중·후기에 집중되는데, 이는 양란 이후 사회기강이 문란해지고 유풍(儒風)이 붕괴되자 민풍(民風)을 수습하고 사회질서를 바로잡고자 했던 교화기능(敎化機能)이 주목적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는 `풍속을 교화하는 곳'이라는 뜻이 담긴 건물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

진천향교 풍화루(風化樓)는 가운데 3칸의 하부에는 대문을 달아 출입하도록 하였고, 상부는 전면으로 골판문을 달고 후면으로는 평난간을 설치한 누형식으로 구성하였다. 좌·우측으로 2칸씩의 온돌방과 마루를 두어 건물의 규모를 크게 하였다. 아마도 풍화루와 연결된 좌·우측 2칸씩의 온돌방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숙식하는 동·서재로 사용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동·서재는 명륜당의 전면이나 후면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나, 진천향교는 입지여건상 동·서재를 설치할 공간이 없자 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건물구성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김형래 강동대교수
김형래 강동대교수

 

이러한 구성형식에 따라서 지붕도 가운데 누문은 솟을삼문, 맞배지붕으로 되어 있고, 좌·우측 채는 팔작지붕으로 구성하여 변화성을 보여주고 있다.

향교는 격식과 규범을 엄격하게 지키는 유교문화의 산물답게 그 건축적 형식이 전형화되어 있다. 그러나 진천향교 풍화루는 격식과 규범을 벗어나 건물구성이나 지형처리, 건축형태 등 경사지를 다룬 건축적 방법에서 당시 우리 조상들의 자연관과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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