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갈이와 마음갈이
흙갈이와 마음갈이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20.11.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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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모든 아름다운 것에는 대가(代價)가 따른다. 저절로 아름다워지는 것은 없다. “와~ 정말 멋져요. 너무 행복하시겠어요. 이렇게 예쁜 집에 사셔서 ~ .” 고향으로 이사한 후 우리 집을 찾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예쁜 꽃들이 계절에 따라 다르게 피어나고, 파란 잔디와 나무들이 삶에 지친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유럽풍의 가구, 앙증스러운 소품, 특이하게 생긴 생활용품, 깊이 있는 커피와 차 향기, 정성이 가득한 먹을거리, 편안하고 따뜻한 집주인의 미소, 카페 같은 분위기는 우리 집이 주는 선물이다.

방문객들은 이런 집의 모습을 보고 감탄한다. 그러나 집을 가꾸기 위해 흘린 안젤라와 나의 땀방울은 잘 보지 못한다. 내가 고향에 와서 가장 많이 한 것은 `삽질'이다. 나무와 꽃을 심기 위해서는 구덩이를 파야 한다. 한 번만 파는 것도 아니다. 꽃나무는 이리저리 옮겨진다. 아름다움에 탁월한 안목을 가진 안젤라 덕분에 꽃과 나무들은 자주 이사한다. 계절에 따라 피는 꽃이 다르고 꽃마다 색깔도 다르다. 나무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고 주변 풍경과도 잘 어울려야 한다. 이런 폭넓은 안목을 가진 안주인 덕분에 우리 집은 아름답게 변신했고 내 삽질 솜씨도 덩달아 일취월장했다.

삽질에는 몸 전체 근육이 필요하다. 왼발로 땅을 버티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오른발로는 힘껏 삽을 밟아야 한다. 순간적인 근육의 힘도 필요하다. 그것이 다가 아니다. 흙을 파내기 위해서는 양팔 근육도 필요하다. 배와 등의 근육도 적절하게 거들어야 한다. 한 마디로 전신 운동이다. 헬스클럽을 한동안 다녔다. 꽤 긴 시간 노력했지만 체중은 많이 줄어들지 않았다. 체중 감소에는 삽질이 최고다. 몇 개월 동안 판 구덩이와 함께 체중도 줄어들었다. 꿈에 그리던 60kg대의 체중이 된 것이다. 삽질 덕분에 아름다운 집과 건강한 몸을 함께 선물로 받게 된 것이다.

지난주부터 월동 맞이 마당 화단 공사를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한쪽 화단의 꽃들이 잘 자리지 않아 땅을 파본 것이다. 삽질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땅이 딱딱하고 돌도 많았다. 더 깊게 파보니 집을 지을 때 사용되었던 폐기물과 농사용 비닐이 함께 묻혀 있었다. 잡다한 쓰레기들이 잔뜩 땅속에 들어 있어 꽃이 자라지 못한 것이다. 힘들었지만 곡괭이질과 삽질로 화단에 있는 딱딱한 흙과 쓰레기들을 모두 파냈다. 위 집 사는 다재(多才) 아우의 도움을 받아 산에 있는 황 마사를 실어다 흙갈이를 했다. 색깔도 곱고 부드러운 황 마사를 채우고 층층이꽃과 노루오줌, 에나멜 수국, 아게라텀, 샤스타데이지를 옮겨 심었다. 이제 꽃들은 힘차게 뿌리를 내릴 것이다. 고운 황 마사에 잘 자리 잡아 내년 봄에는 더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 줄 것이다.

우리 마음 밭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돌보지 않은 마음 밭에는 번민과 걱정, 불안과 외로움, 격정과 분노, 시기와 미움, 욕심과 소유, 미움과 질투, 원망과 한숨의 쓰레기들이 가득하다. 이런 마음 밭에 행복이 자랄 수 없다. 행복해지려면 `마음갈이'가 필요하다. 내 마음의 부정적 쓰레기들을 캐내야 한다. 마음 밭에도 삽질이 필요하다. 힘들고 어렵지만, 부정의 감정들을 없애야 한다. 긍정과 부정, 행복과 불행은 동시에 존재하지 못한다. 부정의 쓰레기를 마음 밭에서 캐내고 그 자리에 고운 긍정의 황 마사를 채워야 한다. 긍정의 밭에서만 행복의 꽃이 자라난다. 가을걷이가 시작되는 아름다운 계절에 나를 돌아보고 내 안에 있는 나쁜 것들을 캐내자. 그 빈자리에 좋은 마음을 가득 채우는 마음갈이를 해보자.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마음갈이로 인생의 새봄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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