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
도(道)
  •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0.10.29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자의 목소리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길을 가다가 도(道)를 권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때가 있다. 사실 그 사람들은 도(道)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도(道)는 행복이고, 물맛이고, 평상심이다.

행복은 `나'가 좋아하는 `상태'에 있는 것을 말한다. `나'가 좋아하는 `상태'는 누구나 다를 것이다. 마조이스트들은 누군가에게 학대를 당할 때에 행복을 느끼고, 사디스트들은 누군가를 학대하고 있을 때에 행복을 느낀다.

에펠탑 이야기는 유명하다. 에펠탑이 파리 시내에 세워졌을 때 모든 파리 시민들이 질색을 했다고 한다. 예술의 도시에 무식한 철근 덩어리가 무지막지한 크기로 세워졌으니 그럴 법도 하다. 파리의 모든 곳에서 보이는 에펠탑은 보기 싫어도 보일 수밖에 없는 애물단지였다. 오죽하면 에펠탑을 보지 않기 위해 에펠탑 밑에 들어가 앉아 있는 시민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은 무엇이든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것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에펠탑을 보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파리 시민들은 몇 년이 지나자 에펠탑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파리의 보물이 되었다.

우리는 대중가요를 들을 때에도 익숙한 음률을 좋아한다. 그래서 대중가요는 공공의 장소에서 공공의 사람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들려지기를 원하고 그렇게 음원을 소비시킨다. 최대한 익숙한 음률을 만들기 위해 표절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중이 익숙한 음률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좋아한다는 것은 의지와 시간과 마음의 앙상블로 시작된다.

`나'가 좋아하는 `상태'는 운명도 아니고 숙명은 더더욱 아니다. `나'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나'가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기왕이면 가장 평범하고 가장 손쉬운 `상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콜라도 맛있고 맥주도 맛있지만 물맛만큼 좋은 것이 없다. 자극적인 것은 결코 오래할 수 없다. 자극의 특성이 그렇다. 특별한 것이 그렇다. 특별함은 가끔이어야 특별함이다.

물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손쉽게 만날 수 있지만 물 없이는 살 수 없다. 물맛을 알면 물을 마실 때마다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너무 익숙하여 그 맛을 의식하지도 못할 뿐이다.

마음도 그렇다. 기쁘고 즐겁고 신나는 마음이 좋은 것 같지만 다 순간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마음, 평상의 마음으로 돌아와야 한다.

기쁜 마음으로만 사는 사람을 조증 환자라고 한다. 슬픈 마음으로만 사는 사람은 울증 환자이다. 두 마음이 번갈아 일어나는 사람을 조울증 환자라고 한다. 원래의 마음, 평상의 마음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병이 되는 것이다.

기쁜 마음, 화나는 마음, 슬픈 마음이 나기 전의 마음. 아무런 감정이 없던 그 마음. 그 마음이 평상심이다. 평상심만 좋고 기쁜 마음, 슬픈 마음은 나쁜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 다 내 마음이고 모두 다 소중한 마음이다. 일어나는 마음을 그대로 보고, 그대로 느끼고, 그대로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핵심은 평상심으로 돌아올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평상심으로 돌아올 수 있을 때 일어나는 모든 마음들이 소중하고 의미가 있어지는 것이다.

평상심을 좋아하고, 평상심을 즐기고, 평상심에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도(道)이다.

아무 일도 없지만, 행복한가?

그대는 도(道)를 성취하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