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충격파
체외충격파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0.10.2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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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뛰는 것에만 급급하여 스트레칭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기온도 내려간 새벽에 8킬로미터씩 뛰는 것은 무리였다. 처음에는 무릎 바깥쪽이 살짝 욱신거린다 싶은 정도였다. 참고 조금 달리다 보면 몸에 열이 나서 그런지 그럭저럭 참고 달릴 만했다. 하루 이틀 그런 통증을 참고 계속 달렸는데, 갑자기 어느 날 다리를 들어 올리기가 어려울 만큼 무릎에 통증이 있었다. 결국 찾은 병원에서의 진단명은 장경인대염. 고관절과 무릎까지를 연결하는 긴 인대에 손상이 온 것이다. 의사선생님은 아직 연골 손상은 없는 것으로 보아 잘못된 달리기 습관 특히 착지자세가 문제인 듯하다고 진단했다. 치료법은 두 가지, 주사요법과 체외충격파 치료를 권했다. 주사는 한번 고관절 부위에 맞았고, 체외충격파는 증상을 봐가면서 무릎에 8회 정도 진행하기로 했다.

다니는 병원의 안내책자에는 체외충격파란 높은 에너지를 보유한 음향충격파를 말하는 것으로 영어로는 ESWT(Extracorporeal Shock Wave Therapy)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체외 즉 몸 밖에서 가해주는 충격파를 이용한 치료방법이라 소개돼 있다. 안전한 고충격 에너지를 병변부위에 집중 전달시켜 소염제, 국소주사치료, 재활치료 등으로도 호전되지 않는 관절 및 힘줄, 인대 손상을 원상 회복시켜주는 의료 신기술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져 있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내 장경인대의 체외충격파 치료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5회쯤 받았을 때였을까? 통증도 없고, 몸도 가벼운 어느 아침, 걷는 나를 추월해가는 러너들 사이에서 나 역시 뛰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커지는지…. 참지 못하고 4킬로미터를 뛰었다. 그리고 찾은 병원, 느껴지는 통증이 없었는데, 체외충격파를 작동하는 순간 전에 없던 통증이 밀려왔다. 체외충격파는 손상되지 않은 부위에는 작동해도 통증이 없다. 통증이 밀려온다는 것이야말로 속으로 손상이 심했다는 뜻이다.

지난 주간 근무하는 대학에서는 중간 강의 평가가 있었다. 강의 평가는 강의 계획과 운영 전반을 평가하는 것이 분명한데 대부분 강의를 담당한 교수 평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코로나19로 바뀐 수업 환경에서 교수가 설계한 강의가 완벽할 리는 없다. 이미 짐작하겠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늘어놓는 것은 저자의 중간 강의 평가 역시 예년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물리치료를 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중간 강의 평가가 어쩌면 체외충격파 치료 같은 거겠구나. 잘 되고 있는 것에는 조금 비판적인 평가나 의견이 들어와도 아무렇지가 않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교수자의 실수나 예측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정확히 짚어낸 평가를 보면 상황은 다르다. 부끄러운 데를 보인 듯이 마음이 쓰리다. 손상된 부위에 가해진 충격파처럼 말이다. 상처 난 부위를 흔드는 충격파가 당장은 아프고 쓰리지만, 충격파를 받은 후에 세포는 살아나고 피가 돈다. 그 덕분에 근육은 재생되고, 근육 덕분에 인대 역시 힘을 얻는다. 강의 평가도 그러리라. 쓰리고 아프지만 그 덕분에 다른 시선으로 강의를 바라보게 되고, 더 좋은 수업을 만드는 데 노력하게 되니 말이다.

지난 9월 베이징시의 한 학교에서는 야외 수업과 체육 수업을 늘려 학생들에게 마스크 벗는 시간을 더 많이 부여하고자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특히 10분인 쉬는 시간을 늘려 학생들이 야외에서 거리를 유지한 채 마스크를 벗고 휴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마스크 벗는 시간, 뭔가 신선한 발상이라는 생각 아닌가? 늘 마스크를 쓰되 이때만은 벗고 자유를 만끽하라는 사인을 주는 것! 어쩐지 더 자유롭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가을도 이제 만추. 코로나19로 여러 가지가 막히고 힘든 시간이지만 코로나19 역시 체외충격파처럼 우리 삶 구석구석의 손상된 것을 고치고 바람직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할 것을 우리는 믿는다. 마스크 벗는 시간을 자유로 느낄 만큼 벌써 그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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