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문화재’
‘나만 알고 싶은 문화재’
  •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 승인 2020.10.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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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인기 예능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의 가요제는 나오기만 하면 음원차트를 장악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거기엔 정상급 가수뿐만 아니라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인디밴드도 다수 참여했고, 2015년 가요제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끌었던 팀은 무명에 가까웠던 `혁오'라는 밴드였다. 이 매력적인 밴드는 무한도전 가요제로 단숨에 메이져급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지만, 동시에 기존 팬들에게는 `나만 알던'내 가수가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일이 되었을 것이다.

`나만 아는'이라는 콘셉트는 최근 현대인들의 소비패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성이 뚜렷해진 요즘 시대, 소품종 대량 생산보다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많아지고 개개인의 특성과 기호에 맞게끔 상품이 구체화되고 특화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상품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나 공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노을지는 저녁, 청주에 있는 정북동 토성을 찾아 고즈넉하게 앉아 있던 시간을 좋아했었는데 최근 몇 년간 사진명소로 떠오르면서 많은 사람이 찾게 되어 이전에 나만의 시간을 가졌던, `나만 알던' 10년 전의 정북동 토성의 풍경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충북에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나만 알고 싶은' 가볼 만한 문화유산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 중 두 가지만 오늘 소개해보려 한다.

충북의 가장 남단, 경북 김천과 맞닿아 있는 영동 매곡면에는 충주박씨 문중에서 관리하고 있는 `세천재'라는 재실이 있다. 충북문화재자료 제29호로 지정된 이곳은 조선 중기인 1690년(숙종 16)에 충주박씨 문중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고, 동시에 후손들이 학문을 배우고 탐구하는 곳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은 재실이다. 세천재는 상해임시정부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 성하식(成夏植) 선생이 훈장을 지내며 많은 인재를 배출한 곳이며, 광복 후에는 독립운동가이며,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李始榮 선생이 황간·매곡·상촌 지역의 유림들을 모아 시국강연을 한 곳으로 전해지는 등 독립운동과 인연이 깊은 곳이기도 하다. 세천재는 가을에 가면 특히 좋은데, 마당에 두 그루의 배롱나무가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늦가을 붉은 꽃으로 물든 배롱나무와 오랜 세월의 이야기를 머금은 목조건축물의 조화는 완연해진 가을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조합이다. 앞녘의 너른 들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까지 맞는다면 저절로 시 한 구가 떠오른다.

충북 북쪽 단양은 연간 천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충북의 대표 관광지다. 하지만 영춘면의 산골짜기에 있는 정체불명의 문화재는 모르는 이들이 많다. 바로 충북기념물 제135호 단양 사지원리 방단적석유구이다.

방단적석유구는 한문을 그대로 풀어보면 네모난 돌을 마치 계단 형태로 쌓아 올린 유적이란 뜻이다. 얼핏 보면 고구려의 장군총이나 백제의 석촌동 고분의 적석총을 연상케 하여 인근의 온달산성과 연계하여 온달장군 묘라고도 한다.

동네 주민들이 `태장이묘'라고 부르는데 `큰 장군의 무덤'의 의미로 이와 연관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곳을 발굴하였을 때 돌방을 찾지 못해 무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충북에 남아 있는 다른 방단적석유구가 탑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연관 선상에서 탑으로 보는 의견과 1960년대까지 인근 마을 주민들이 기우제와 산신제를 지내던 장소라는 점에서 제단이 아닐까 하는 의견까지 제기되었다. 현재까지 이를 뒷받침할 문헌 기록이나 뚜렷한 유물이 없어 유적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바람이 좀 더 쌀쌀해지기 전 이 가을을 더 만끽해 보고자 한다면 나만이 아는 혹은 나만이 알고 싶은 충북의 숨은 명소들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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