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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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10.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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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인체에 면역력을 키워주기 위해 투입하는 항원 물질을 의미하는 백신(Vaccine). 이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8세기 말. 17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Ed ward Jenner, 1749~1823)에 의해 탄생됐다.

제너는 우두법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돼 인류를 끈질기게 괴롭힌 천연두를 박멸시킨 공로를 인정받는 인물.

일찌감치 14세 때부터 의사 수업(인턴)에 들어간 그는 당시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천연두에 관심이 많았다. 47세 때 천연두 환자를 치료하던 중에 소의 젖을 짜는 여성들이 천연두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해 소와 접촉해 우두를 앓은 사람의 손에서 고름을 채취, 8세 소년에게 주입했다. 이 소년은 우두 증세를 보이며 앓아누웠지만 회복한 후에 천연두에 다시 걸리지 않았다.

제너는 곧바로 23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갔으며 대부분이 암소에서 채취한 항원(고름) 주입 후 경미한 증세를 보이다가 나중에 다시는 천연두에 걸리지 않게 되는 것을 보고 학계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때 논문의 제목이 `Inquiry into “the Variolae Vaccinae” known as the cow pox(우두라고 알려진 “바리올라이 바키나이”에 대한 연구)'였다. 바키나이는 `암소의'라는 뜻의 라틴어인데 이를 훗날 프랑스의 의사 루이 파스퇴르가 백신이라는 단어로 재탄생시켰다.

어쨌거나 제너의 업적은 영국을 떠나 당대 인류에게 `위대했다'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엄청났다. 유럽에서만 18세기에 천연두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6000만명에 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미국 대통령이던 토머스 제퍼슨(1743~1826)은 우두법에 따른 자국의 천연두 환자의 치료와 예방 효과를 보고받고 1806년 제너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귀하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질병을 퇴치했습니다. 우두법으로 인해 인류는 귀하의 존재를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미래의 후손들은 역사 속에 천연두라는 끔찍한 질병이 존재한 바 있으며, 또한 귀하가 그것을 박멸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제너의 우두법은 당연히 현대 백신의 개발에도 영향을 끼쳤다. 제너가 소의 체내에서 만들어진 약화한 바이러스를 이용해 사람에게 주입한 것처럼 현대의 제약사들도 약화한 바이러스를 단백질 등에 결합시켜 백신을 만든 뒤에 인체에 투입해 면역력을 갖게 해준다.

문제는 백신을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보통 1,2,3상 시험의 3단계 과정을 거쳐 임상시험이 진행되는데 1상에서는 안정성을, 2상에서는 규모를 키운 성인 집단을 대상으로, 마지막 3상에서는 수천 명 단위의 대규모 임상을 통해 백신의 효능을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이 보통 최소 수년에서 십수 년이 걸릴 정도로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최근 독감 백신 접종자들의 사망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전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오랫동안 체계적인 임상 시험 과정을 거쳐 개발된 백신임에도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백신의 효능엔 전혀 이상이 없으며 접종자의 사망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은 불안하다. 대한의사협회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회원들에게 29일까지 독감 백신 접종을 유보할 것을 권고한 상황이어서 더욱 불신은 가중되고 있다. 의사협회가 믿지 않는 백신을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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