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사식 하천정비사업, 중단해야
토목공사식 하천정비사업, 중단해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10.26 20: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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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청주 가경천 하천정비사업이 160여 그루 살구나무를 베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공간에 수해 방지대책으로 진행되는 사업임에도 여러 문제가 드러나면서 하천정비사업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하천정비사업은 지역의 특성이나 공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전국이 획일적인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전문가들도 하천정비 관련법을 재정비하고 사업방식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현재 청주에서 논란이 되는 가경천이 전국에서 진행하는 하천정비사업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그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경천 하천정비사업은 2017년 폭우 피해로 가경천 인근 저지대가 침수되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추진됐다. 당시 대전국토관리청에서 미호천 하류권역 하천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충북도는 올해 사업을 발주하며 총 353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홍수 예방 차원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청주 흥덕구 복대동에서 서원구 남이면 석판리까지 약 7.8㎞ 구간에서 진행될 사업은 구간이 상당히 긴데도 도심이든 외곽이든 추진 방식은 똑같다. 물 흐름을 확보하려고 하천 주변에 둔덕을 없애고, 콘크리트 블록과 홍수 방어벽, 교량 36개소를 가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시작부터 반대에 부딪혔다. 홍수 예방 차원이라며 30년 된 살구나무를 베어냄으로써 주민들의 반발을 샀고, 콘크리트 블록과 같은 획일적 하천정비사업에 환경단체가 반대하고 나서면서 일시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수해예방 차원임에도 반대 이유는 분명하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토목 위주의 하천 정비사업만으로는 홍수를 예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지역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하천의 가치와 의미를 살리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다.

충북환경운동연합은 가경천 사업이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점, 나무를 베어내고 다시 식재하는 토목공사방식으로 진행하는 하천정비사업의 문제점, 그리고 하천정비가 꼭 필요했느냐는 점을 들어 이의를 제기했다. 더구나 베어낸 160여 그루 외에 남은 700여 그루도 더 잘라낼 것이라는 계획에 대해선 강력하게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완희 청주시의원은 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수해방지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수해예방 대책으로의 현재와 같은 하천정비사업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주시의 외곽개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불투수층이 넓어지고, 우수관거를 통해 빗물은 더 빨리 하천으로 집중될 것이기에 하천 통수량을 늘리는 치수정책만으로는 폭우를 대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상류에 유수지를 만들고, 빗물저장소나 하천변 완충녹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전국으로 확대해 보면 토목 위주의 하천사업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도 알 수 있다. 전국에 자연형 하천이 사라지고, 다양한 생명의 서식처가 사라지고 있다. 또한, 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쉼터인 수변공간이 삭막한 도시환경으로 전환되며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하천정비사업은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

지구촌이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극심한 홍수와 극심한 가뭄이 반복해 나타나면서 물관리 정책은 국민의 안전과 중요하게 직결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획일적인 토목공사방식의 하천사업을 바꾸고, 홍수와 가뭄을 대비한 물관리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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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2020-11-17 07:12:15
정말 공감요... 여기 밀양도 아름다운 하천이 다 사라지고 있어요... 전국 하천이 똑같이 생겨질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