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우리가 좋아
더불어 사는 우리가 좋아
  •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20.10.2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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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마스크로 얼굴의 3분의 2는 가리고 저마다의 표정을 감춘 채 걷는 아침 출근길. 재잘거리며 등교하던 아이들은 찾아볼 수 없다.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축구하고 놀이터에 매달려 놀던 환영만이 아른거릴 뿐 자잘한 풀들이 제 세상인 양 올라온다. 학교라는 공간에 아이들이 없다는 것은 바람 빠진 풍선 같다.

우리나라는 요즘 다행히도 1일 확진자 수가 줄고 있는 듯한데, 미국이나 유럽 등지는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곳이 많아서 안타깝다. 서양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여서 일부는 마스크 사용을 거부하는 집회를 하는 것을 뉴스에서 보았다.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국민성은 개인보다는 전체를 위하는 마음이 우위다 보니, 대체로 개인 방역을 잘 지키는 것 같다.

예로부터 농경사회가 주였던 우리나라는 공동체를 중요시하였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도 `나' 보다는 `우리'라는 단어가 익숙하다. 우리 집을 영어로는 `My house'로 사용하지만 우리는 `내 집'보다 `우리 집'이 익숙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함께 하는데 익숙한 대한민국 문화지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니 국민이 대체로 잘 따라주어 다른 나라보다 안정된 것 같다. 추석과 한글날의 긴 연휴가 지났음에도 다행히 사회적 거리 두기를 1단계로 내려서 아이들이 등교를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이들이 전면 등교하기 전, 성화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아이들 등굣길에 꽃길을 만들어 주었다.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분들에게 `코로나19 극복 희망 일자리 사업'을 마련하여 지역에 필요한 곳에 도움을 준 것이다.

풀만 무성하여 심란하던 화단이 울긋불긋 다양한 색깔의 꽃들로 바뀌니 마음도 밝아지고 미소가 번진다.

행정복지센터에서 학교는 타 기관이니 `나 몰라라' 무심했다면 아이들이 모처럼 모두 등교하는 길이 이처럼 행복하지는 못했으리라. 학교도 우리 지역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가꾸어주니 천여 명의 학생들이 더불어 즐거울 수 있었다.

국화길 위에는 보답이라도 하듯 아이들의 동심이 줄줄이 열렸다. 아이들이 동시 작품을 걸어놓은 것이다. 삐뚤빼뚤한 손 글씨로 동시를 쓰고 색연필로 그림도 그려서 만든 미래 시인의 시화가 한껏 뽐을 낸다.

서툴지만 한 글자씩 꾹꾹 눌러쓰면서 담았을 아이들의 정성이 그 어떤 유명작가의 시보다 가슴 뭉클하다.

하루빨리 마음 놓고 함께 웃고 먹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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