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 개정안의 본질은 지방화시대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본질은 지방화시대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10.25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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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충북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청주시의 `특례시' 지정 반대입장을 처음 밝혔다. 청주시와 보은군을 제외한 9개 시·군 단체장의 반대 기자회견을 포함하면 당사자인 청주시만 특례시 지정을 환영할 뿐 타 자치단체는 모두 반대입장을 밝히거나 부정적인 입장인 모양새다.

특례시가 무엇이기에 도내 자치단체 간 찬반이 엇갈릴까.

먼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서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구체적인 것은 나머지 별도 법률이나 시행령에 위임한다고 돼 있을 뿐 구체적으로 부여되는 재량권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여기서 각 자치단체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나온다. 특례시 지정을 바라는 청주시는 내심 일반 시와는 달리 조직·재정·인사·도시계획 등 자치 행정과 재정 분야에서 폭넓은 재량권과 특례가 인정되길 희망하고 있다. 반면 도와 타 자치단체로선 가뜩이나 도내 정치, 사회,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청주시가 특례시로 지정될 경우 자치단체 간 양극화를 우려하고 있다.

먼저 충북도로서는 청주시의 덩치가 커질수록 속칭 `말발'이 안 먹히는 상황을 우려한다.

타 지차단체는 특례시로 지정된 대도시에 재정 특례가 주어지면 청주시를 제외한 나머지 시·군이 가져가던 지방세(도세) 몫이 줄어든다는 논리를 내세워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충북만이 아닌 특례시 지정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특례시 지정논란이 전국적으로 번지면서 지방자치법 개정안 처리지연이 예상된다.

이 대목에서 수년간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명문고' 논란이 떠오른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취임 후 공교육 강화를 통한 고른 학력신장을 꾀했다. 하지만 이시종 충북지사는 도내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부재에 따른 지역인재 유출문제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봤다. 현재의 공교육 강화정책으론 학력저하가 불가피한 만큼 똘똘한 중학생들이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도내에서 공부할 수 있는 속칭 명문고를 설립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논리였다.

이 지사는 김 교육감에게 명문고 육성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수년간 압박했지만, 끝내 도교육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청의 고유업무를 도지사가 왜 간섭하냐는 불편한 시선만 뒤따랐다.

하지만, 두 단체장의 충북 학생들의 학력신장이 필요하다는 고민은 같았다.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두 단체장의 주장 모두 장·단점이 있다. 그런데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승자는 없고, 불필요한 앙금만 남겼다.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특례시 지정논란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특례시 지정안이 핵심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개정안의 통과가 미뤄진다는 것은 비수도권 자치단체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지방화시대의 도래를 늦출 뿐이다. 특례시 조항 때문에 지방자치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이미 상정됐지만, 특례시 지정 기준을 놓고 인구 100만 이상 도시와 50만 이상 도시 간 논란이 확대된 끝에 국회의원들의 임기종료와 동시에 자동폐기되는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아픈 역사를 반복하는 행위는 매우 어리석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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