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언택트 시대를 살았다
예전부터 언택트 시대를 살았다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0.10.2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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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코로나19로 시작된 언택트 시대, 하지만 이미 예전부터 언택트 시대를 살아온 이들과 공간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 역시 혼자 작업을 하며 줄곧 언택트한 삶을 살았다. 필자가 레지던시로 있는 이정골 라폼므현대미술관 옆에는 1570년 창건된 청주 최초의 서원인 신항서원이 있으나 450여년간 언택트한 시대를 보내고 있다.

우리 주변에 알게 모르게 흩어져 지금까지 언택트한 시대를 살아온 많은 문화재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문화재 활용은 단순히 이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니고 있는 가치나 기능을 잘 살려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 문화재청이 성공리에 마무리한 `돈의문(서대문)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는 2010년에 기본계획을 세우고 9년 만에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로 디지털 재현과 복원 그리고 융복합 문화콘텐츠로 개발했다. 1915년 일제가 강제로 철거한 돈의문을 104년 만에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 것이다. 문화재가 고리타분하다는 인식은 지금의 시대 이야기를 담지 않고 오직 과거 문화원형에만 함몰되어 관련 연구와 개발 또는 체험프로그램 조차도 보존과 유지를 목적으로 진행되어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많은 나라가 자기 고유의 문화유산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소비하고 있다. 이미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기반 사업으로 전환되고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콘텐츠산업이 국가적 핵심 사업인 지금, 한 국가의 문화재나 한 지역의 문화재는 그 국가나 지역의 정체성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문화콘텐츠는 영화나 드라마, 게임, 디자인과 예술, 디지털 기술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있다. 코로나 19가 종식되어도 언택트 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지속될 것이며 새로운 가치를 요구한다. 지금은 증강현실(AR) 안내 시스템이나 도로 위를 비춰주는 가상홀로그램, 프로젝션맵핑을 이용한 미디어파사드와 미디어아트 거리조명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손쉬운 디지털 방식의 체험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한국문화재재단은 창덕궁 달빛 기행, 경복궁 별빛 야행 등 인기 활용 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즐기기 위한 `궁궐 활용 콘텐츠 온라인 서비스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 10일 개막한 제6회 궁중문화축전(10.10~11.8)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전환 축제로 `궁을 집으로 배달해 드립니다'를 콘셉트로 관람객에게 어제의 `궁'을 오늘의 `문화'로 라는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온·오프라인으로 병행되어 언택트 시대 문화재 활용 방법에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 필자에게 크로아티아에서 반가운 이메일이 왔다. 올해로 54년째인 제27회 슬라보니아 국제비엔날레(Slavonian Biennial)에 공식선정작가가 되었다는 것과 중세 중유럽 슬라보니아왕국의 문화역사를 미디어아트로 표현하는 작품을 기대한다는 내용이다.

문화재활용의 다양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유럽의 문화예술활용 방식이 부럽기도 하다. 디지털시대에 새 기술을 활용하면 다른 스토리와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갑자기 다가온 언택트 시대,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다르게 살고, 다르게 놀고, 다르게 생각하면서 언택트 시대를 즐겨야 한다. 그래야 다른 미래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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