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 나의 특별함을 논하다
우주 : 나의 특별함을 논하다
  • 한강식 보은 속리산중 교사
  • 승인 2020.10.21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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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한강식 보은 속리산중 교사
한강식 보은 속리산중 교사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종류의 물질을 사용한다. 음식과 물, 세면도구, 화장품, 조리기구, 필기도구 등등..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게 쓰이다 보니 우리가 사용하는 물질이 어디에서 출발하고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우주에서 그 물질들이 탄생하기까지 겪어온 극한의 환경을 이해한다면 작은 먼지 한 줌조차 예사로 보일 수 없다.

즐거운 아침 식사를 떠올려보자. 공복상태에서 먹는 물 한잔은 갈증을 해소하고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건강에 도움을 준다. 물에는 가장 간단한 구조의 원소인 수소가 포함되어 있다. 우주 탄생 순간인 빅뱅 당시에는 수소와 헬륨이 약 3:1의 비율로 생성되었다고 한다. 이들보다 더 복잡하고 무거운 원소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수소들이 특정한 공간에 모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많은 양의 수소가 한곳에 모이면 그 중심부는 물질의 쌓임으로 인해 밀도와 온도, 압력이 높아진다. 특히 중심부 온도가 약 400만 도를 넘어서면 수소 원소의 핵융합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그 결과 주변에 에너지를 방출하고 수소보다 더 무거운 원소를 융합할 수 있다. 이 상태가 되면 우리는 이 물질 집단을 별(항성)이라고 부른다.

한국인이 주식으로 먹는 쌀을 비롯해 많은 음식 속에는 탄수화물이 들어 있다. 탄수화물의 주요 구성 원소 중 하나가 탄소이다. 일반적으로 별은 질량이 클수록 중심부의 온도와 압력이 높으므로 더 무거운 원소를 융합할 수 있다. 태양은 상대적으로 작은 별에 속하는데, 태양과 비슷한 질량의 별들은 내부에서 가벼운 탄소까지만 융합할 수 있다.

무거운 별은 탄소보다 무거운 물질들을 융합할 수 있다. 단백질에 많이 들어 있는 질소, 물에 포함된 산소, 이와 뼈를 구성하는 칼슘, 신경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트륨 등이 핵융합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무거운 별도 철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지는 못한다.

굴이나 전복 속에 풍부한 아연, 견과류에 많은 셀레늄 등 몸에 필요한 원소 중 일부는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이다. 이들 원소는 별의 극단적인 죽음 과정인 초신성 폭발을 통해 만들어진다. 폭발 과정에서 강한 에너지와 중성자 등이 공급되면 철보다 더 무거운 원소가 합성될 수 있다.

또한 초신성 폭발은 융합된 원소들을 우주 공간으로 방출시키는 역할도 한다. 즉 새로운 별과 행성들이 탄생하기 위한 재료가 공급되는 것이다. 덕분에 지구에도 현재와 같이 다양한 원소들이 갖추어져 현존하는 물질들의 근원이 되었다.

따라서 이들 재료로 구성된 나 또한 약 138억년의 긴 우주의 역사를 간직하는 존재다. 우주의 시작, 별의 탄생과 죽음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간직한 원소들이 수많은 우연의 중첩으로 구성한 것이 바로 `나'이다. 나 자신이 특별해야 할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우주 관점에서도 나의 탄생 설화는 결코 평범할 수 없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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