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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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10.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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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높고 쾌청한 하늘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결실의 계절, 거기에 선선한 바람까지 맞으니 누구나 입이 근질거리는 그 말, 독서의 계절이 왔다.

진천 초평의 완위각은 월사 `이정귀의 고택' , 안산 `류명천의 청문당', `류명현의 경성당'과 함께 당시 4대 장서각으로 꼽힐 정도로 일만 여권의 서책이 소장된 18세기 조선의 도서관 역할을 하던 곳이다.

담헌 이하곤은 숙종 때의 사람으로 유교의 경사자집(經史子集)을 비롯해 불교와 도교, 병서, 서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과 서화를 수집한 박물관 수준의 소장가였다.

이하곤은 집안의 세거지인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로 낙향해 그곳에 만권의 책을 소장한 완위각(宛委閣)이라는 장서각을 운영했다.

당대의 명필 백하 윤순((白下 尹淳)이 찾아와 `완위각'이라는 현판을, 윤순의 제자였던 명필 원교 이광사((圓喬 李匡師)가 `만권루(萬卷樓)'라는 현판을 써 줄 정도로 만권루는 당대 지식인들과 예술인들의 문화적 공간이자 교회처가 됐다.

독서왕으로는 김득신이 꼽힌다.

김득신이 말을 타고 어느 집을 지나다가 글 읽는 소리를 듣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디서 많이 듣던 글귀인데… 생각이 나지 않는구나.'

김득신의 말고삐를 끌던 하인이 말했다.

`아니 저 글귀는 `부학자 재적극박'(夫學者 載籍極博) 어쩌구 하는 말이네요. 나으리가 평생 읽으신 글귀잖아요. 저도 알겠는데 나으리만 모르겠다는 겁니까'

김득신은 그제서야 그것이 1억1만3000번(실제로는 11만3000번) 읽었다는 <사기> `백이열전'의 글귀라는 것을 깨달았다.

`재주가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 짓지 마라. 나보다 노둔한 사람도 없겠지만은 결국에는 이름이 있었다. 힘쓰는 데에 달려있을 따름이다. 재주가 부족하거든 한 가지에 정성을 쏟으라. 이것저것 해서 이름을 얻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

머리가 나빠 남들의 놀림감이 되었지만 1억 번이나 책을 읽음으로써 당대 최고의 시인이 된 김득신이 후학을 위해 남긴 명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 주기로 발표하는 `국민독서실태'에 따르면 2019년 조사 결과 지난 1년간(2018. 10. 1.~2019. 9. 30.) 성인의 종이책 연간 독서율(1년에 일반도서 한 권 이상 읽은 비율)은 52.1%, 독서량은 6.1권으로 '17년에 비해 각각 7.8%포인트, 2.2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교 학생의 경우 종이책 연간 독서율은 90.7%, 독서량 32.4권으로 2017년과 비교하면 독서율은 1.0%포인트 감소했으나 독서량은 3.8권 증가했다.

2017년 전자책 독서율은 14.1%로 2015년보다 3.9%포인트 증가했고, 2019년에는 16.5%로 2.4%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새로운 매체에 빠르게 반응하는 20~30대의 전자책 독서율이 3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2019년도에 처음으로 조사한 오디오북 독서율은 성인은 3.5%, 학생은 평균 18.7%(초등학생 30.9%·중학생 11.6%·고등학생 13.9%)인 것으로 조사됐다.

방향보다는 속도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게 살아간다.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이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이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은 그만하자.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책 읽을 생각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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