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관행을 넘어 청렴으로
일상의 관행을 넘어 청렴으로
  • 김현순 충북도 신성장동력과 사무관
  • 승인 2020.10.1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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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현순 충북도 신성장동력과 사무관
김현순 충북도 신성장동력과 사무관

 

공직에 들어온 지 벌써 2년이 넘었지만, 매일 아침 출근길의 고됨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고 힘들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 출근길에 나서면 이미 길 위에는 차들이 가득하다. 혹시나 지각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며 앞서 달리는 차들을 좇아 출근길을 달리다 보면, 내비게이션에서 경고음과 함께 빨간 불이 들어올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무심코 과속을 한 것이다.

황급히 속도를 줄이면서도 내심 나는 단지 차량의 행렬에 맞춰 교통흐름을 지켰을 뿐인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평소처럼 아무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으니 괜찮을 것이라며 넘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말로 괜찮은 것일까?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으니 정말로 괜찮다고 넘길 수 있는 것일까?

우리 공직사회에서 발생하는 부정부패도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갖는다.

대규모 건설?토목비리나 방산비리 등 간혹 우리 사회를 경악게 하는 거대한 부정부패가 적발돼 인구에 회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들은 커다란 부정부패의 규모와 달리 사건이 발생하게 된 동기는 사소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과의 만남이나 업무 관행 등 평소라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고 일상의 영역에서 흘러가는 일들이다. 마치 우리가 앞서 달리는 차들을 좇아 앞만 보고 운전하다 과속하며 가듯 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과속이 사고로 이어지듯 일상 속의 뿌리 깊은 관행이나 악습은 걷잡을 수 없는 대형 부정부패로 번지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가.

먼저 내부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스스로 청렴을 내재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컨대 사회에서 교통흐름으로 통용되는 미명에 현혹되어 과속에 동참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잘못된 사회적 관행에는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 또한 내가 과속을 하고 있는지 계기판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처럼, 부단히 청렴을 되새기고 지금 하는 일에 있어서 혹시나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외부적으로 운전자에게 경고음을 주는 내비게이션처럼 개인의 일탈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공익신고자 보호 제도가 마련되는 등 다양한 반부패?청렴 정책이 제도화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같은 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9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9점으로 조사대상국 180개 중에 39위를 기록했다. 불과 2년 전에 54점으로 51위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무려 12위나 상승한 셈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점점 청렴한 사회가 되어 갈수록, 국민의 눈높이는 높아져 과거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할 것이다.

이제 청렴은 젊은 공직자들이 공직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덕목이다. 항상 청렴을 내재화하고 외부에서 울리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 변화하는 새로운 시대의 기치를 올리는데 동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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