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경찰' … 끊이지 않는 경찰관 피습
`매 맞는 경찰' … 끊이지 않는 경찰관 피습
  • 조준영 기자
  • 승인 2020.10.15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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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동안 73명 … 전체 공상 인원 중 24.9% 달해
과잉 대응 논란에 불이익 우려 … 소극적 공무집행 탓
“처벌은 솜방망이 … 일벌백계 통해 공권력 재확립 필요”

# 1. 지난 5월 진천 지역 한 편의점.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편의점 직원이 제지에 나섰으나 만취한 `취객'을 감당하기엔 버거웠다. 편의점 측은 112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직후 터졌다. 행패를 부리던 남성은 허리를 팔로 감아 잡아당기는가 하면 가슴까지 밀쳤다. 남성은 이 과정에서 “삼촌이 모 경찰서 형사팀 경찰인데, 너희들 징계받아도 상관없냐”고 협박하기도 했다. 결국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피의자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 2. 2018년 7월 청원구 율량동 한 아파트에서 경찰관 2명이 4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관을 폭행한 남성은 당시 112에 “우리 집에 와보면 알 것”이라고 신고한 상태였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경관 2명이 신고 경위를 묻자 남성은 “신고한 적 없는데 왜 왔냐. 너희 보이스피싱범 아니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급기야 이 남성은 경찰관들의 어깨와 목덜미를 잡아 밀고 손바닥으로 가슴을 때리기도 했다.

공무집행 과정에서 피습을 당하는 경찰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문제는 피습으로 신체적인 피해를 보는 경찰관은 줄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서울 강동을)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2016년~올해 5월)간 범인 피습으로 공상을 입은 경찰관은 73명이다. 전체 공상 인원(248명) 중 24.9%에 이르는 수준이다.

전국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범인 피습을 당해 공상을 입은 경찰관은 2176명이나 된다.

이해식 의원은 “범인 검거 과정에서 피습당한 경찰관, `소위 매 맞는 경찰'이 매년 500여명이나 발생하고 있다”며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는 경찰관 안전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관 피습 원인으로는 소극적인 공무 집행이 꼽힌다. 자칫 과잉 대응 논란에 휘말려 각종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례로 공무를 집행하다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가 적잖다. 수년 전 청주에선 신호위반 운전자를 단속한 경찰관이 `직권 남용 체포죄'로 피소를 당하기도 했다. 이 경찰관은 범칙금 스티커 발부에 맞서 거세게 저항하는 운전자를 제지하려다 봉변을 당했다.

이런 세태를 방증하듯 공무집행방해가 속출하고 있다. 한 해 평균 2000명이 넘는 인원이 공무집행방해 사범으로 입건될 정도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공무집행방해 사범을 법정에 세워도 정작 처벌은 치안 현장과 동떨어진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입을 모은다.

도내 한 경찰관은 “경찰관에게 민원이나 고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이라며 “괜히 `매 맞는 경찰'이라는 말이 생긴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무집행 방해 사범이 줄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솜방망이 처벌'에 있다”며 “가벼운 범죄라고 인식할 수 없도록 일벌백계를 통해 공권력을 재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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