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에겐 이맘 때가 제일 행복하지요”
“농부에겐 이맘 때가 제일 행복하지요”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10.15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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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화제/ 500마지기 벼농사 청주 오송 박태순·최유성 부부
동생들 뒷바라지 위해 중학교 졸업후 농사일 시작
35년 만에 33만㎡ 大農으로 성장 … 땀·노력 결실
한 해 벼 6천가마 생산 … 3억~4억 매출 농민갑부
긴 장마·잦은 태풍 탓 작황저조 소출량 30% 감소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500마지기 벼농사를 짓는 대농(大農) 박태순·최유성 부부. 박씨 부부 뒤로 보이는 40여 마지기 황금벌판이 오늘 콤바인 수확을 할 곳이다. /오영근 선임기자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500마지기 벼농사를 짓는 대농(大農) 박태순·최유성 부부. 박씨 부부 뒤로 보이는 40여 마지기 황금벌판이 오늘 콤바인 수확을 할 곳이다. /오영근 선임기자

 

“어쨌든 농부에게는 일 년 중 늘 이맘 때가 제일 행복한 때지요.”
올해로 35년째 청주 오송 고향땅을 지키며 벼농사를 짓는 박태순씨(60·청주시 흥덕구 오송읍)는 요즘 가을걷이에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아침에 눈을 뜨기 무섭게 들녘으로 나가 저녁 무렵까지 온 종일 벼수확에 매달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짓는 벼농사 면적만 500마지기가 넘기 때문이다.
한 마지기를 200평으로 계산해 대략 10만평(33만㎡)의 대농(大農)이다.
보통 6400㎡ 넓이의 축구장 50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그가 한해 거두는 벼 수확량만 40㎏ 기준 평균 6000여가마에 이른다. 정부 공시 수매가로 따져 3억~4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말 그대로 서민갑부, 농민갑부인 셈이다.
그렇다고 500마지기 농지가 모두 그의 것은 아니다. 그가 소유한 농지는 100여마지기이다. 나머지 400여마지기는 농사를 짓지 못하는 지주에게 마지기당 쌀 한 가마니를 주고 빌린 농지이다. 고향 오송과 옥산, 강내에 200여마지기, 충남 논산에 200여 마지기를 빌려 원정 임대농사를 짓고 있다.
주위에서 박 사장으로 불리는 박씨, 그의 오늘날 대농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었다.
빈농의 가정에서 3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20대 초반에 아버지를 여읜 뒤 가장이 됐다. 누나 셋에 아래로 남동생 둘의 뒷바라지를 위해 미호중학교를 졸업한 뒤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잠시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둔 그는 25살에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논농사에 담배농사까지 … 갓 시집온 아내가 고생이 많았지요.”
하지만 농사일이라는게 늘 한계가 있었다. “속된 말로 뼈 빠지게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을 쥐꼬리였어요.”
그는 영농규모를 키우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때마침 농어촌공사의 농지구입 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었다.
그는 이 자금을 빌려 농지를 사고 빌리면서 논농사 규모를 점차 넓혀 나갔다.
빈틈없는 성격에 성실함까지 갖춘 그였기에 대농의 꿈은 현실로 보답됐다.
500마지기 대농가답게 그의 농사는 과학영농이다. 140마력짜리 대형 트랙터 2대에 대형 콤바인 1대, 800㎏들이 톤백을 들어 올리는 지게차까지 갖췄다. 5년 전엔 400㎡ 크기의 벼 자동 건조실도 지었다. 일반 농가에선 엄두를 낼 수 없는 시설이다. 논갈이에서 모내기, 수확까지 벼농사 전 과정에 완전 기계화를 이룬 것이다.
그 덕에 그는 지난달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로부터 6회 청주시농업경영인 대상도 받았다.
“평생 벼농사 중 올해처럼 소출이 줄어들기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일년 농사의 결실을 얻는 뿌듯한 시기지만 올가을 수확은 박씨를 착잡하게 만든다.
7~8월 긴 장마에 잇단 태풍피해로 작황이 저조하면서 벼 수확량이 30%가량 줄어든 탓이다. 대충 어림잡아 7000여만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하늘의 뜻.
`욕심부리지 말자'는 신조답게 황금벌판을 수확하는 그의 구릿빛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 오영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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