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기도
가을 기도
  • 장홍훈 양업고 교장
  • 승인 2020.10.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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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장홍훈 양업고 교장
장홍훈 양업고 교장

 

“너 요즘 기도하니? 무슨 기도를 하니?” “대학 잘 가게 해달라고요.” “그래, 네 기도가 간절하면 이루어지겠지.”

그래, 그것이 너의 계절이겠지, 하면서도 마음은 이내 나의 계절로 돌아온다. 내 속에도 고(故) 구상 시인(詩人)이 사과 한 개를 보고 노래한 그 붉은 가을이 들어와 있었나 보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구름이 논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대지가 숨 쉰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강이 흐른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태양이 불탄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달과 별이 속삭인다.

그리고 한 알의 사과 속에는 우리의 땀과 사랑이 영생한다.'



사람들이 크면서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철 들어라'는 말이다. 그 뜻은 계절과 때에 맞게, 철에 맞게 살라는 뜻인 줄 안다. 성경에도 이 `때'에 대해서 강조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고칠 때가 있으며 부술 때가 있고 지울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 뛸 때가 있다. 돌을 던질 때가 있고 돌을 모을 때가 있으며 껴안을 때가 있고 떨어질 때가 있다.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간직할 때가 있고 던져 버릴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침묵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의 때가 있고 평화의 때가 있다.” (코헬렛 3장 1~9절) 그러기에 우리 사람은 지금이 내게 어떤 때인지? 무엇을 할 때인지 성찰할 줄 알아야 철부지 인생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는지!



러시아의 대문호였던 도스토옙스키는 “기도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라. 만약 당신이 진지하게 기도드린다면 기도할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도는 신선한 용기를 주는 교육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기도는 영혼의 호흡이기에 햇빛과 음식, 물처럼 사람의 생활에 꼭 필요한 하나이다. 기도는 “우리가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시기심을 극복해 준다. 그뿐 아니라 불의를 물리치게 해주고 죄에 대해 속죄하게 해준다. 기도는 우리를 성화시키고 시련과 역경을 당했을 때 위로와 희망, 기쁨과 힘을 준다.” (니사의 그레고리오)

개와 소, 말과 사자는 기도할 줄 모른다. 보이지 않는 희망도 할 줄 아는 사람만이 기도한다. 기도를 통해 나의 영혼이 맑게 되어야 다른 이들에게 `영혼의 울림'으로 감동도 줄 수 있다.

요즈음, 붉게 타오르는 담쟁이 단풍이 교정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이래서 역시 가을은 기도하기 좋은 때인가 보다. 그 단풍이 낙엽이 되어 떨어질 때 나는 오히려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불현듯, 김현승 시인의 시詩인 `가을 기도'가 떠오른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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