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개천용지수
코로나19와 개천용지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10.1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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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걱정이다.

평범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범죄가 되는 세상에 살아서. 학교 가는 일도 당연한 일이거늘 지금은 학교에 가라고 해도 꺼림칙하다.

19일 전국적으로 전면 등교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학교에 간 날보다 가지 못한 날이 많다 보니 학업 격차를 어떻게 따라잡을지를 두고 드는 생각일 터이다.

세상은 변했고 삶을 바라보는 가치도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추억도, 일상도 빼앗겼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학벌 지상주의만큼은 그대로다.

걱정스러운 것은 부의 양극화도 심해지고 학력격차도 크다는 점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은 최근 지난 1학기 동안 원격수업을 경험한 학생, 교사, 학부모들의 원격수업 등에 대한 평가 결과와 코로나발 교육격차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 첫 정책자료집 `코로나19로 벌어진 교육격차,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발간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가 주관해 학생, 학부모, 교사, 관리자 총 71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 간의 학력 격차가 커졌느냐'는 질문에 교사는 80.9%, 관리자는 80.08%, 학부모는 81.7%, 학생은 62.9%가 그렇다고 답했다.

강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2020년 대학별 국가장학금 신청자 현황을 보면 서울대의 경우 고소득층 자녀 비율이 62.6%로 저소득층 자녀 비율(18.5%)보다 3.4배 높았다. 일명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의 경우 고소득층 자녀 비율이 56.6%, 저소득층 자녀(21.5%)보다 2.6배 높았다. 고소득층 자녀에게 대학 서열이 높다고 인식된 대학일수록 고소득층 비율이 높은 셈이다.

서울대 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인 `부모의 교육수준에 따른 미취학자녀 돌봄시간 계층화 연구'(차은호)를 보면 부모의 교육수준에 따라 자녀 돌봄시간 격차가 10년 새 3.2배 증가했다. 고학력 부모와 저학력 부모의 돌봄시간 차이는 2004년 19.6분에서 2014년 62.3분으로 증가했다. 하루 평균 돌봄시간(2014년 기준)을 보면 부모의 학력이 낮은 경우 4시간(239.9분)인 반면 중위는 4시간 32분(272.20분), 상위는 5시간 2분(302.21분)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점은 우리나라 서열 상위대학일수록 고소득층 자녀와 저소득층 자녀 간 대학 재학비율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곧 자녀의 대학 간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이보다 서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대물림 부자가 많은 세상에서 부모의 학력은 곧 자녀의 계층 사다리가 된 지 오래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990년 이후 26년 동안 한국의 기회 불평등 정도는 두 배가량 커졌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1990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의 기회불평등 정도를 지수로 산출한 결과 1990년 19.79였던 개천용지수(소득 상위 20%에 오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소득 하위 20% 가구에서 태어나 소득 상위 20%에 오르지 못할 확률)는 2016년 34.82까지 높아졌다. 기회불평등이 아니었다면 소득 상위 20%에 진입했을 하위 20% 출신 100명 중 34.82명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의미다.

불과 26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이 두 배 정도로 높아졌으니 주변에서 개천에서 용 난 사람을 찾는 게 힘든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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