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얼꼴 신인류
얼굴 얼꼴 신인류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10.13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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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 (진천주재)
공진희 부장 (진천주재)

 

신인류가 나타났다. 외출할 때 구두나 운동화를 골라 신듯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

이들은 점진적인 진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박에 출현했다.

잠깐의 불청객일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팬데믹 선언까지 끌어내며 마스크를 생활필수품으로 만들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 울음소리가 참으로 귀해진 요즘, 참으로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미끄럼틀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아버지 뒤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아이, 처음 보는 내게 붙임성있게 인사를 하는 아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길,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코로나가 몰고 온 낯선 풍경이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며 사람들은 옷을 입듯 마스크를 쓴다.

신인류의 등장이다.

코로나19를 무시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월터 리드 군병원으로 이동해 입원했다.

검은 마스크를 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잔디밭에 대기 중이던 전용 헬기를 타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저평가하며 방역지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열린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며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감기의 일종'이라거나 `미국에서는 매해 감기로 몇만 명이 죽는다'와 같이 전염병의 위험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마스크 착용을 꺼려온 전통적인 서양인 심리가 반영된 모습이기도 하다.

서양인들은 왜 마스크에 대해 심한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것일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양한 분석들이 있다.

지난 2009년 영국 글래스고 대학교의 레이철 잭 등 심리학자들은 동아시아인과 서양인 각 13명이 타인의 표정을 읽을 때 어디를 보는지 비교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연구진은 서양인은 입을 포함한 전체 표정을 읽는 데 반해 동양인은 눈에 집중한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상대방의 입에서 상태를 읽으려는 서양인의 오래된 습관이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얼굴의 옛말은 얼골이고, 얼골은 얼꼴에서 왔습니다. `얼의 꼴'다시 말하자면 `영혼의 모습'입니다. 그 사람의 영혼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위가 바로 얼굴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었습니다. 얼굴에는 자연히 그 사람의`얼'이 배어 나오게 마련입니다'(신영복의 담론 중에서)

마스크를 쓴 반쪽짜리 영혼이 아니라 온전한 영혼을 다시 만나고 싶다.

그런데 코로나를 잠재우기 위해 우리 영혼의 반쪽을 마스크로 가리면 가릴수록 현시대 자본주의의 민 낯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함인지도 모른 채 서로 살기 위해 전력질주해야만 하는 현재의 사회작동 시스템에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맡길 수는 없다.

소수의 배를 불리기 위해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삼림을 마구 베어 내고, 소중한 인간공동체와 동식물의 보금자리를 파괴하면서까지 알래스카에 유정을 뚫는 광폭한 자본의 질주는 이제 멈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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