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하는 그림책 `중요한 문제/조원희'는 2017년에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했다. 최근 대한민국의 그림책 작가들이 세계적인 상을 받는 것을 보면서 우리 그림책들의 문학적, 예술적 수준에 감탄하며 찾아 읽게 된다.
많은 그림책 표지들이 기름칠한 것처럼 매끄러운데 반해 `중요한 문제'는 종이의 투박한 질감과 거친 색감이 독특했다. 그리고 표지 가득 심각하게 팔을 괴고 앉아 있는 닥터 두툼(Dr. Thick)의 그림에서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이야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야기를 간추리면 이렇다. 수영강사 네모씨는 어느 날 자신의 머리에 50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의 탈모를 발견하고 병원을 찾았다. 닥터는 중요한 문제라고 진단을 내리고 그에게 처방을 내린다. 네모씨는 탈모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닥터의 처방을 열심히 따르지만 그는 점점 우울해진다. 네모씨가 원한 것은 탈모 증상이 없어지는 것이었는데 생활이 즐겁지가 않고 의욕도 없어지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네모씨는 자신이 의사의 진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제외시킨 것을 알게 된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피로가 풀려 행복한 나, 시원한 맥주의 톡 쏘는 감촉에 짜릿한 나, 커피 한 잔의 여유, 반려견과의 달콤한 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네모씨는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린다. 상황이 명확해지니 이제 불필요한 것, 예를 들어 남을 의식하거나, 자존심을 세우거나 패배감에 젖어 있거나 하는 것에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 예를 들어 행복한 시간을 갖거나 삶을 즐겁게 영위하는 것과 같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에너지를 쓰게 된다. 이 책의 클라이맥스는 네모씨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미는 장면이다.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선택하는 네모씨를 보며 나도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네모씨를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상담 업무로 한 학교를 방문했을 때 민머리에 비니를 쓴 젊은 교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를 처음 보았을 때 무의식적으로 든 생각은 낯설음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머리숱이 많고 적음에 대해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억압을 행사하는 사회에서 더구나 보수와 전통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학교에서 민머리의 젊은 교사는 놀라움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의 고유성을 드러낸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인생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아니고 인생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로버트 맥키의 글귀가 더 깊이 다가온다. 갑자기 찾아오는 상황을 문제화할 것인지, 그 안에서 인생을 발견할 것인지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네모씨는 인생으로부터 탈출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인생을 발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