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세계기록유산 등재 20년을 앞두고
직지, 세계기록유산 등재 20년을 앞두고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10.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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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지난 8일 한글날을 앞두고 청주에서는 의미 있는 토크 콘서트가 진행됐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이 경자자 탄생 600주년 특별전을 개최하며 부대행사로 개최한 토크 콘서트는 우리나라의 금속활자 문화의 독창성과 탁월성을 밝히는 자리였다.

특히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의 고장인 청주는 직지라는 책의 영역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동안 청주는 직지를 도시브랜드화 하면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모든 행사에 직지라는 이름만 붙이면 예산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청주시는 직지 문화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직지 체감도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1년 직지가 유네스코로부터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탄력을 받는 듯했지만, 20년이 다되어 가도록 일회성 행사나 축제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여전히 받고 있다.

이 같은 직지 사업에 대한 비판은 실물의 부재가 주는 본질적인 면도 크다. `원본 없음'은 청주시를 브랜드화하는데 걸림돌이 되었고, 여기에 最古의 직지만을 고집하면서 국가 문화유산으로 확장하지 못한 채 지역에 가두는 결과를 가져온 측면도 없지 않다.

연구 분야에서의 한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最古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직지의 우수성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작업은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했다. 결국, 당대 최고의 기술을 뒷받침하는 다각적인 금속활자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지역민들에게 자긍심을 부여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직지의 우수성에도 이상한 논리에 밀려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서는 세종 시대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통해 금속활자 문화라는 큰 영역에서 직지를 바라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직지의 의미와 가치를 세종이라는 역사적 인물과 당대 과학기술, 활자의 역사와 과정 속에서 조명해야 한다는 제안은 직지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

`세종 시대의 금속활자'란 토론을 준비한 정재영 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이날 토크 콘서트에 대해 세 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첫째 世宗代 과학의 우수성과 이 시대에 와서 조선에서는 금속활자 문화가 완성되었다는 사실과 그 의미를 알리는 것이고, 둘째 세종대왕께서 백성을 위하여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하시고, 세종의 마음을 찍어낸 세계 최초의 한글 동활자 탄생의 의미를 찾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지와 한국의 금속활자를 모티브로 한 청주시의 획기적인 발전 방안과 새로운 문화 관광 브랜드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즉, 세종이 금속활자를 만들게 된 시대적 배경과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려 했던 애민정신을 금속활자 문화 속에서 직지를 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직지가 종교적인 이유로, 혹은 구텐베르크가 인류의 삶에 혁명을 가져온 것과 달리 일부 지식계층의 지식에 그쳤다는 지적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자긍심을 가지고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 일이 청주시가, 청주시민이 해야 할 일이란 점도 강조했다.

2021년이면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지 20년이다. 이제라도 직지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스무 살 청년기에 접어든 직지가 거듭나기 위해선 最古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큰 맏이처럼 포용적 자세로 직지를 리셋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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