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미소보살
백제미소보살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10.12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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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2017년 12월 일본 도쿄. 한국 땅에서 사라진 지 100년이 훌쩍 지난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이 문화유산회복재단(이사장 이상근)에 의해 공개됐다.

7세기에 만들어진 백제 미술사 최고의 작품으로 일명 백제미소보살로 잘 알려진 높이 28cm 크기의 이 관음상은 1907년 충남 부여 규암리 들판에서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일본 헌병대가 압수했다가 경매를 통해 일본인 수집가이자 의사인 이치다 지로에게 넘어갔으며 그가 해방 직후 일본에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백제미소보살은 1929년 대구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일반에 모습을 보인 뒤 90년 가까이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소장자인 이치다가 한국의 유산임을 의식한 듯 후손들에게 `이 작품은 절대 일반에 공개해선 안 된다'는 유언을 남겼다. 후손들도 1970년대 현 소장자에게 이 관음상을 넘기면서 이치다의 유지를 전했고 이 때문에 98년 동안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사학계와 문화유산회복재단의 노력 끝에 백제미소보살은 그 실체가 드러나게 되면서 환수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재단에 따르면 이 관음상은 1970년대에 미국의 록펠러 재단에 팔려갈 뻔했다. 많은 세계 유산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는 록펠러 재단이 이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거액을 제시했으나 이치다가 거절했다. 이후 현 소장자인 일본 기업인이 우리 측의 설득을 통해 관음상을 공개함으로써 사실상 매각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자 문화재청이 2018년부터 소장자 측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섰다. 문화재청은 그 해 9월 국립중앙박물관과 수차례 전문가 평가위원회를 열어 이 관음상의 평가액을 감정했으며 최종 공식 구매가격을 40여억 원대로 확정했으며 이를 소장자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소장자 측에서 우리가 제시한 금액에 따른 매매를 거절했다. 이후 2년이 지난 현재 이 관음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이 예산 부담을 이유로 환수 절차를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병훈 의원(광주광역시 동구남구을)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소장자 측에 42억원의 매입가를 최종 제시했다. 하지만, 소장자는 140여억원을 요구했으며 이후 양측의 매매 협상은 더 진행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이 손을 놓은 가운데 민·관·정이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백제미소보살의 환수 노력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 초 발족한 국회문화유산회복포럼(공동대표 박범계.윤영석 의원)과 부여군, 충남도, 문화유산회복재단, 충남도의회 등이 손을 잡았다. 이 거버넌스는 지난 8월 국회에서 환수를 위한 뉴거버넌스 구축 전략 집담회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도출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나왔다.

충남도가 국외 문화재 환수를 위한 지원조례를 제정해 1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3년간 6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부여군도 군민을 비롯해 국민 성금 모금 운동에 나서 38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소장자가 매매가를 낮출 의사가 없을 경우 최대한 돈을 마련해 재협상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학계는 이 관음상이 국제 경매시장에 나오거나 외국 유명 박물관의 직접 구매 의사가 있으면 미술사적 가치를 보아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환수를 서두르는 이유다.

백제사는 물론 우리 역사에서 최고의 미술품이자 걸작으로 평가받는 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 일제강점기에 빼앗긴 우리의 `혼'이 하루빨리 돌아오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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