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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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7.06.0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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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천안문화원 시계
이 재 경 <편집국 부장>

1999부터 2004년까지 전국 최우수 문화원, 우수문화원으로 5차례나 이름을 떨쳤던 천안문화원.

한국전쟁 직후 출범, 국내 문화원의 효시이자 수범 모델로 자리했던 천안문화원이 요즘 일을 하지않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일을 못하고 있다. 직원들이 5명이나 되고 문화원장, 사무국장이 건장하게 매일 출근을 하는데도 구성원 거의가 일손을 놓고 있다. 그런데도 시민들의 혈세로 월급은 나간다.

전국 문화원 업계()에서는 이미 망신을 당할때까지 당한 천안문화원 사태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다.

신임 원장의 독선적인 운영에 불만을 품고 반기를 든 직원들. 이에 맞서 직원들의 사표를 수리하고 사무국장을 고소한 원장.

결국 원장은 여직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고, 1심 재판에서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현재 무죄를 주장하는 원장의 항소로 2심이 진행중인 상태. 원장과 갈등을 빚은 사무국장은 공문서 변조 및 운영비 유용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보름 후 죄의 유무가 밝혀질 전망이다.

이런 과정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전국 최우수 문화원으로 '위명'을 떨쳤던 천안문화원의 위상은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지역 문화계가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외지사람들이 문화원 얘기를 물어오면 주민들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할 천안문화원 사태의 전모다. 그런데 이 문화원사태를 바라보는 책임있는 기관들의 시각은 답답하기만 하다.

문화원에 예산을 지원해주고 관리감독을 해야할 위치에 있는 천안시나 충남도는 피소된 원장과 사무국장의 재판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방관만 하고 있다.

문화원이 어떤 곳인가. 문화원장이란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굳이 사전적 의미를 따지지않아도 문화원은 시청, 검찰청, 경찰서같은 사회질서를 지키고 다스리는 기관들보다 '정신적으로' 상위에 있어야 할 기관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목표의 가장 큰 하나가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것이기에, 그래서 문화원의 위상은 물질문명에 젖어들고 있는 요즘 세태에서 더욱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문화원장이란 자리는 또 어떠한가. 말할나위없이 한 지역의 시장, 군수, 법원장, 경찰서장보다도 높은 도덕성을 겸비한 사회적 명망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문화적 전문성과 열의를 바탕으로 지역 문화의 전승과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런 중요한 자리를 책임져야 할 사람이 성추행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벌써 천안문화원의 시계는 10개월 전부터 멈춰서 버렸다. 시청과 도청 등 책임있는 기관들이 뒷짐을 짚고 있는 사이 지역 문화계는 탄식만 쏟아내고 있다.

올해 천안시민들을 위해 계획됐던 문화 사업들이 도비 지원 중단으로 한 발자국도 내 딛지 못하고 있다. 시는 그런데도 직원들의 급여만큼은 꼬박 챙겨 내려보내고 있다고 한다.

문화원 시계는 정작 멈춰섰는데 원장과 사무국장, 직원들이 출근부에 매일 도장을 찍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벌어지고 있다.

반목중인 원장과 사무국장이 함께 출근해 얼굴을 마주치게 될 때도 있으니 꼴불견도 보통이 아니다.

천안시의회가 보다 못해 두 달 전 사태해결을 위한 대책을 따져물었으나 담당 공무원은 감독권이 충남도에 있다며 뒷짐만 졌다.

"본인이 안 물러나는데 어떡합니까 재판결과만 기다려봐야죠. 유죄로 확정이 되면 당연히 관련법규에 따라 물러나겠죠."(시청 공무원) "죄의 유무를 떠나 이런 일이 벌어지게 한 책임을 지고서라도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본인은 물론이고 이 사태를 방관하는 시청이나 도청도 한심스럽기만 하네요."(천안문화원 이사 A씨) 이처럼 아무도 천안문화원 사태에 책임을 지지않고 있는 사이 문화원 직원들은 본의 아니게 아무 일도 않고 월급만 받아 혈세를 축내는 죄인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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