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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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7.06.0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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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정진택, 그리고…
한 덕 현 <편집국장>

아주 잊혀질 것같던 정진택씨가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충청매일이 최근 그의 근황을 독점 발굴해 기획기사로 내보낸 게 계기다. 우선 그런 색깔있는 기사를 발굴한 경쟁지에 박수를 보낸다.

엄밀히 말해 정진택씨는 잊혀진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굳이 잊고 싶었던 것이다. 한 때 지역을 대표하는 주택사업가였고, 이를 근거로 일간지까지 소유했다가 내친김에 청주에서 대규모 사업을 벌이던 중 갑자기 망한, 그래서 숱한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맺힌 고통을 안긴 장본인이 바로 정진택씨다. 그런데 그가 중국에서 골프장 사업을 벌인다는 소식이다. 물론 그의 움직임은 종종 언론에 포착됐지만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는 처음이다.

정진택씨는 여전히 도민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를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의 가정을 파괴시키고 심지어 자살까지 유발시킨 원죄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정진택씨의 이미지는 말 그대로 심하게 부도덕한 사업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재기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사실 그는 돈 때문에 흥했고, 또 돈 때문에 망한 지역의 상징적 인물이다. 흥미있는 것은 그와 관련된 야사()나 무용담이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끊임없이 회자된다는 사실이다. 이를 종합하면 그는 씀씀이가 컸다. 그가 한창 왕성하게 사업을 벌일 당시, 지역 사회에선 이런 얘기가 나돌았다. "정진택한테 구두티켓 안 받은 사람은 행세도 하지 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 티켓 선물의 수혜자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눈길을 끄는 그의 씀씀이는 이것만이 아니다. 술집에서 다른 테이블까지 몽땅 계산한다든가, 수백 수천만원대의 외상거래를 단 한마디로 해결한다든가, 나중엔 결국 고스란히 피해자들에게 빚만 안긴 꼴이 됐지만, 정진택씨가 손이 컸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항상 박봉에 시달리는 신문사 종사자들에겐 엉뚱하게도 정진택씨가 무척 선호되기도 했다. 그가 모 신문사의 사주로 있을 당시 그곳 종사자들은 모처럼 넉넉한 급여와 지원으로 호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런 허접떼기같은 얘기를 꺼내는 이유가 있다. 돈많은 자들의 행태를 말하기 위함이다. 돈 얘기만 나오면 지역에서 꼭 거론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지역을 연고로 엄청난 재산과 명예를 누리고도 인생 말년에까지 돈욕심 때문에 결국 추하게 됐고, 또 한 사람은 비록 남한테 해코지는 안 했지만, 그 역시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하고서도 지역에 한푼도 기부하지 않은 이른바 수전노의 화신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되레 지역의 반(反)기업 정서를 탓한다. 우리가 보기엔 그들 스스로의 천박한 자본가 의식이 더 구역질나는데도 말이다. 이들에게 꼭 필요한 교훈이 하나 있다. 가끔씩 전해지는 뉴스, 시장 바닥을 전전하며 평생 모은 전 재산을 학교나 사회복지 시설에 기부하는 나이 드신 분들의 마지막 선행이다. 그들도 젊어서는 돈만 알았을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바로 신(神)이다. 돈이라는 신앞에서 우리 인간은 항상 미물에 불과하다. 우리의 속담,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말은 바로 자본의 이런 천박성을 극복하기 위한 유교적 발상의 표출인 것이다. 돈과 권력은 그 속성에서 똑같다. 주변에 쉽게 나눠줄 수 없고, 때문에 이를 독점하기 위한 집념이 참으로 모질고 끈질기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자의 독선이 백성의 우매함보다 더 위험하듯, 자본가의 돈맹신은 인간성을 파괴시킨다는 점에서 못가진 자들의 거지근성보다도 악의 소지가 더 하다.

우리는 정진택씨가 도민 앞에 당당히 나타나 과거의 잘못을 사죄하고 다시 태어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과거의 통큰 씀씀이가 이런 긍정적 배포를 부추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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