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모호한 `특례시'권한 제시해야
정부 모호한 `특례시'권한 제시해야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10.1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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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취재팀)
석재동 부장(취재팀)

 

충북도내 기초자치단체 간 때아닌 청주시의 `특례시'지정을 둘러싼 갈등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조만간 충북도도 갈등국면에 가세할 전망이다. 도내 자치단체 간 집안싸움이 흔치 않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특례시는 대도시 기초자치단체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급 위상에 걸맞은 자치 권한을 확보하고, 일반 시와 차별화되는 법적 지위를 부여받는 새로운 지방자치단체 유형이다.

정부는 20대 국회에 특례시 도입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20대 임기 종료와 동시에 자동폐기됐다. 이 개정안은 2018년 3월 정부에서 발의했다. 특례시 지정 외에 실질적 자치권 확대, 주민 참여제도 실질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 자치의 날'을 맞아 대국민 약속까지 한 사안이다.

특례시 지정이 예상되는 경기도 수원·용인·고양, 경남 창원시 등의 자치단체는 즉각 환영했다. 청주시와 전북 전주시 등은 인구 100만명 기준을 50만명 이상 도청소재지로까지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대도시 기초자치단체의 욕구를 확인한 정부는 21대 국회 출범에 맞춰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다시 제출했다. 수원, 용인, 고양, 창원 등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는 물론 대통령령이 정하는 인구 50만 이상 도시에 특례시 지위를 부여해 자치권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50만명 이상 100만명 미만은 충청권의 청주, 천안을 비롯해 성남, 부천, 화성, 남양주, 전주, 안산, 안양, 김해, 평택, 포항 등 전국 12개 도시가 해당된다.

하지만 정부는 특례시 지정에 대해 인구 수만 규정했을 뿐 특례 권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도내 자치단체 간 갈등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청주시를 제외한 타 자치단체는 “청주시가 특례시로 지정되면 재정 특례를 받아 나머지 시·군의 재원 감소가 우려된다”며 반대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실제 2019년 기준 지방세(도세) 징수액 1조2926억원 중 청주시의 징수비율은 52.3%를 차지하는 반면 배분액은 38.5%에 그쳤다. 이 같은 특례시 반대 현상은 다수의 특례시 지정이 예상되는 경기도에서도 불거졌다.

반면 청주시는 타 시·군의 움직임을 대놓고 반박하고 나서지는 않았지만, 재정특례 등 정해진 정부방침이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도 않았다. 내심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특례시 몸집에 걸맞는 실질적 특례가 부여돼야 한다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이 대목이 충북도와 군소 자치단체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청주시로서는 재정특례가 주어지지 않는 특례시는 업무량만 늘어날 뿐 실효성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기대와 우려는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한 해석에 불과하다. 정부도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재정특례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광역자치단체와 특례시간의 행정체계 등과 얽혀 갈등이 예상됐기 때문일 것이다. 세목 이양 등 재정 권한은 섣불리 손대기 어렵고, 반발을 불러올 것도 확실하다.

때문에 특례시 권한은 법률적으로 제도화되는 게 맞다. 싸움도 논리와 근거가 분명한 싸움이 필요하다. 괜한 감정싸움은 감정의 골만 깊게 한다. 정부는 하루속히 특례시의 행·재정적 특례에 대한 기준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지방자치단체 간 불협화음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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