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고압전선에 앉으면 감전될까, 안될까
참새가 고압전선에 앉으면 감전될까, 안될까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전시체험부장
  • 승인 2020.10.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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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전시체험부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전시체험부장

 

어린 시절에는 동네 삼촌들이 허리에 새총을 달고 다니며 전선 위에 앉아있는 참새를 잡아 몇 마리씩 허리춤에 달고 으스대며 자랑하고 다녔다. 보이는 일상이 그렇다 보니, 참새와 사냥꾼에 관한 유머 시리즈도 참 많았다.

요즈음 도시에서는 전선 위에 앉아있는 참새를 볼 일이 거의 없지만, 옛날에는 참새들이 떼를 지어 전선 위에 앉아있는 모습을 흔하게 보았다. 110V 전압을 사용하던 우리나라가 전력 송출 시 효율을 위해 220V로 바꾸면서 송전용 고압 전선들이 많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슬며시 의문이 든다. 고압전선에 참새가 앉으면 감전될까, 안될까?

감전이란 몸에 전류가 흘러서 전기적인 충격을 주는 현상이다. 그런데 전류가 흐르려면 전위의 차이가 있어야 흐른다. 참새가 고압전선에 앉았을 때 전위차가 생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새는 감전되지 않는다. “이상하다? 고압전선은 위험하니 절대 가까이 가지 말라고 누누이 이야기를 들었는데? 감전된다고 그랬는데? 어떻게 참새는 감전되지 않는 걸까?”

고압전선에 참새가 앉으면, 전선과 참새의 두 다리로 이루어진 병렬회로가 구성된다. 이 회로는 참새 다리 사이의 간격이 겨우 몇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작은 회로이다.

참새 다리 사이가 1㎝라고 하고 잠깐 계산해보자. 송전압 2만2900 볼트, 송전선의 길이가 100킬로미터, 참새의 저항이 100옴이라고 할 경우, 참새 몸에 흐르는 전류는 [{(0.01/100,000)×2,900}/100]=0.00000229 암페어이다. 즉 거의 흐르지 않는 것이나 진배없다.

수치 표현이 어렵다면 쉽게 표현하여 보자. 참새가 있는 회로의 전압과 원래의 회로에 걸리는 전압은 병렬연결이기 때문에 같다. 즉 다시 말해서 전위의 차이가 `0'이어서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물로 비유하면, 물 높이 차이가 없어서 물이 흐르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만약 참새의 다리가 길어서 전선에 한 발을 대고 다른 발로 땅을 밟게 된다면 새까만 참새구이로 변하게 될 것이다. 지면은 접지(어스)된 상태로 전선과 지면은 전위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절대 호기심으로라도 시도해보지 말자.

그럼 이렇게 위험한 고압전선은 어떻게 청소를 하는 걸까?

발전소나 변전소 주변의 고압전선의 경우에는 발이 땅에서 떨어져 있더라도 위험하다. 왜냐하면 전압이 워낙 높아서 공기방전에 의해 공기를 통해서도 전기가 약간씩 흐르기 때문이다. 특히 비가 올 때는 그 위험도가 증가한다.

이전에는 청소를 위해 전기를 끊고 우회 전선을 만들어 전기를 공급해왔다. 불편한 것도 불편한 거겠지만, 이로 인한 비용 소모도 컸다. 그런데 활선공법을 사용하여 연간 3억원 이상의 비용이 절감되었는데, 바로 이 활선공법의 기본 원리가 전선에 앉은 참새가 감전되지 않음을 이용한 것이다.

마치 스키를 타고 가는 것처럼, 또는 마치 바이올린 현을 켜듯이 전선을 따라 이동하는 것인데, 한전의 활선작업원이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지지직 소리만 들릴 뿐 신체적으로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으아, 소름이 돋는다. 무섭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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