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시, 지방자치의 미래
특례시, 지방자치의 미래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06 1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축구의 전설 차범근은 말했다. “축구의 생명은 골”이라고.

특례시 지정에 대한 느닷없는 논란을 보며 이기려는 의지 없이 수비에만 치중하는 지루하고 지겨운 축구경기가 떠올랐다.

특례시는 광역시에 해당하지 않지만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인구 규모가 50만 명 이상이거나 행정수요, 국가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구별되는 특례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도시를 뜻한다.<매경시사용어 사전> 행정안전부는 이미 지난 5월 조건에 해당되는 전국의 16개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를 앞둔 국회는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이를 심의 중이다.

청주시를 비롯해 경기도의 수원, 용인, 고양시와 경남 창원시 등 전국의 16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특례시로 지정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충북지역 9개 시·군에서 이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언론은 이를 `갈등'으로 단정하고 있다. 특례시 지정 중단 촉구 성명이 발표된 기자회견에 참석한 충북 제천시, 증평군, 옥천군의 자치단체장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특례시 지정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청주시장의 당적 또한 같다. 그러므로 `갈등'을 기정사실화하는 언론의 표현은 얼핏 수긍할 수 있으나, 숨은 속내가 따로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정치적인 문제로 판단될 경우 그동안의 언론은 늘 판을 키워왔다. 하물며 현 정국이 별로 달갑지 않은 보수적 관점에서 여당 내부에서 불거진 상반된 입장이 얼마나 솔깃한 싸움구경이겠는가.

충북의 9개 시·군은 특례시 지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재정격차가 커지는 역효과를 내세운다. 특례시로 지정된 큰 도시에 취득세와 등록면허세 등의 지방세가 이관되는 재정특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아직 실체가 없는 걱정을 공식적,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자치단체장들이 오히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걱정은 나만의 것인가.

충청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에서 걷힌 지방세 징수비율 중 청주시가 52.3%, 나머지 시군 47.7%였다. 그러나 절반이 넘는 지방세를 납부한 청주시민은 38.5%에 불과한 배분을 받았을 뿐이다. 세금은 더 내고 혜택은 덜 받는 청주시민의 입장에서는 울화통이 터질 일이고, 분노할 수밖에 없는 불균형 아닌가.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를 통해 역할의 책임과 권한을 얻는 선출직이다. 그러므로 해당 자치단체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충실하게 노력하고 있음은 당연하다. 그 노력의 방향은 더 뛰어난 경쟁력과 효율성에 맞춰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차별화된 혁신 전략의 수립과 실천에 골몰하고 있음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은 해당 지역 주민과 더불어 차별화된 지역자원의 발굴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성장시키는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재의 상태를 지키는데 급급하거나, (지방세를)적게 내고도 큰 도시의 도움을 받아 혜택을 지키려고만 한다면 경쟁력은 영원히 갖출 수 없다.

다시 차범근의 축구 이야기를 하면, 이는 큰 도시는 경기 내내 높은 볼 점유율에 만족하고, 그 나머지는 수비에만 치중해 그저 경기장 밖으로 볼을 걷어내기만 전념해도 만족한다는 태도와 다를 바 없다.

그런 축구경기는 관중이 외면할 것이고, 중계권도 잃어버리게 되면서 결국 그들만의 리그로 사라질 것이다. 감독과 선수만 사라지겠는가. 그들을 응원하던 주민들도 떠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특례시 지정에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특례시가 되겠다는 희망이거나, 작지만 알차고 주민이 행복한 지역을 만들겠다는 도전정신과 애향심의 실종에 있다.

사족:통합 청주시 도전이 좌절되던 그 어느 해. 충북도청의 통합 실무책임자가 한 말. “내가 청원군수에 출마할 건데, 미쳤다고 통합을 위해 일하겠는가?” 그는 결국 청원군수를 해먹었는데... 이 시점에서 어찌하여 나는 그 일을 곱씹고 있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