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패러다임을 바꿔야 산다
포스트 코로나 패러다임을 바꿔야 산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10.05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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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10월이다.

10월을 수식하던 축제의 계절이 올해는 무색하다. 지역마다 온라인을 통한 행사가 기획되고 있지만, 작년에 비하면 기근 상태다. 작은 마을에서도 축제와 행사가 겹치면서 예산낭비라는 지탄을 받아왔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소소한 행사조차 진행이 어렵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비대면 사회로 급변하면서 문화예술 생태계도 변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져왔다.

특히 지역의 문화예술계는 위기를 넘어 생존의 문제에 부닥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정부에서는 여러 문화예술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정하다.

더구나 충북은 문화예술 환경도 보수적이다. 변화를 느리게 받아들이고 천천히 옮겨가는 편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문화예술 정책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봄에 열린 축제와 행사가 가을로 밀리는 동안 선제적인 문화정책이 추진되지 못한 것도, 코로나와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지역의 논의가 활발하지 못한 것도 우리 지역의 문제점이자 한계로 비친다. `처음 겪는 일'이라지만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마저 너무 보수적이란 지적도 한번을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로 위협을 받는 문화예술계는 가장 실험적인 도전을 하고 있다. 대면이 막히면서 비대면에 처한 문화예술계는 집에서 향유하는 공연으로 발 빠르게 전환했다. `#at_Home'이란 해시 태그로 세계 유명 예술단체들의 무료공연이 진행되었고, 랜선 콘서트로 위로와 힐링의 시간을 안겨줬다.

이같이 인터넷을 활용한 공연 생태계의 변화는 새로운 도전이란 평가와 함께 일부 성공한 측면도 있다. 해외 유명 예술단체의 공연을 시·공간을 넘어 아무 때나 볼 수 있다는 장점은 관객들의 호응과 인기를 얻을 만하다.

하지만, 이를 지역으로 시선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온라인 시장이 커질수록 지역의 문화예술계는 열악함만 드러내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공립 기관은 지속적인 활동과 예산으로 안정적인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지만, 민간단체의 경우 저예산으로 제작된 공연은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 고퀄리티 공연도 외면당하기 쉬운 현실에서 지원도 변변치 않은 민간단체의 공연을 과연 볼지도 의문이다. 실제 온라인 공연이 진행된 충북의 예술단체 사례를 보더라도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패러다임을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온라인의 대세 속에 오프라인도 병행되겠지만, 과거의 방식은 아니다. 개별적이고 특별한 극소수의 작품 외에는 대부분 외면받을 것이기에, 예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도 지역문화예술계의 과제로 던져졌다.

코로나19는 모든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대면이 활동의 바탕을 이루는 문화예술 분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고, 경제는 인공지능 시대를, 사회와 교육 분야는 비대면 시대로 옮겨가며 기존의 패러다임과의 결별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가장 둔감하다는 정치 분야도 포스트 코로나를 비켜가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고 보면, 지금의 이 현실이 역사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분명하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지역에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고 대응하려는 노력이 미흡하다. 지방분권을 요구하면서도 정부의 방침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자세로는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

조금은 서툴고 거칠더라도 변화를 진단하는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미리 와버린 미래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논의를 전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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