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의 신음
여행업계의 신음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10.05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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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감정가 76억원 짜리 선박이 1/10도 안 되는 5억9000만원에 경매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오는 13일 부산서부지원 경매5계에서 진행하는 자동차·선박·중기 경매에 매물로 나온 3560톤짜리 대형 여객선 블루쓰시마호.

이 배는 파나마 국적의 배로 부산시 중구 소재 한국 여객선사인 쓰시마고속훼리㈜가 보유하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경매법정에서 새 임자를 찾고 있다. 새 주인이 나설지는 미지수다. 이미 5차례 유찰로 감정가의 10%대까지 가격이 하락했는데도 원매자가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대 승선 인원이 800여명인 이 배는 매일 수백 명의 승객들을 싣고 부산항과 쓰시마섬을 오가는 `성수기'를 보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본의 한국인 강제징용 관련 보복조치로 인한 양국 관계의 급랭으로 승객이 크게 줄기 시작하더니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운행마저 중단됐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선사는 결국 금융권 등의 채무를 이기지 못하고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인 배를 경매 시장에 내놔야 했다.

여객선 말고 비행기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매 시장에만 안 나왔을 뿐이지 국내 양대 항공사들은 물론 10여 곳의 저비용 항공사(LCC

)들의 비행기들도 개점 휴업상태다. 국외 여행길이 막힌 상황에서 김포-제주 노선만 북적일 뿐이지 수익 구조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 항공 노선은 사실상 멈춰 선 지 오래다.

승무원들은 물론 선망의 대상이었던 비행기 조종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대리운전과 배달 전선에 `라이더'로 뛰고 있다는 뉴스도 나온 지 오래다.

모두가 힘들겠지만, 특히 여행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언택트 시대'가 그야말로 재앙이다.

하늘길, 바닷길이 모두 막히고 국내 여행도 자제를 권고하는 바람에 여행사는 물론, 관광버스 업계와 관광지 주변의 숙박, 음식점 등이 초토화 상태다.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된 대형 여행사들도 역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95억원에 불과했다. 2000억원에 육박했던 지난해 매출 비해 95%가 줄었다. 영업이익은 -518억원, 순손실액은 671억원으로 적자폭이 급증했다.

2위 여행사인 모두투어도 마찬가지다. 2분기 매출액이 30억원에 그쳐 지난해의 600억원에서 1/20로 쪼그라들었다.

1만여 곳에 달하는 5인 이하 소규모 영세 여행업체들도 사정이 심각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에만 여행사 918곳이 문을 닫았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고용 유지 지원금으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올해 말에 지원이 끝난다면 2,000여 곳 이상이 줄도산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여행업계의 사정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정부 관련 부처들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여행사 종사자만 수만여명에다 숙박·외식 등 관련 업종까지 포함하면 수십~수백만 명의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당장 여행업체 실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종식 말고는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는 모두가 `비대면 생활'을 해야 하는 부득이 한 상황. 여행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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