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기관이라 할 수 있나?
공공의료기관이라 할 수 있나?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0.10.04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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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 (취재팀)
하성진 부장 (취재팀)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 불안 심리가 지속하는 속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사태까지 터지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백신의 유통상 문제로 무료 접종이 중단된 이후 자칫 물량이 부족한 것 아닐까 하는 걱정에 유료 접종을 선택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접종을 마친 영유아 및 어린이들도 적잖아 부모들은 안전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유통 과정에서 `상온 노출'이 의심돼 접종이 중단된 독감 백신을 일선 의료 현장에서 맞은 사람이 지난 3일 현재 23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접종자가 나온 지역은 강원과 울산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다. 충청권을 보면 충남이 74명, 세종 51명, 대전 17명, 충북 1명이다.

문제는 사용이 중지된 이후의 독감 백신 접종이 수없이 많다는 점이다. 정부 조달 물량과 유료인 민간 물량을 분리하지 않고 보관한 `관리 부주의'때문이다.

다행히도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독감 백신을 맞고 발열, 몸살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고 신고한 사람은 현재까지 12명이다. 무료 접종이 중단되고도 의료기관의 관리 부실로 폐기해야 할 백신이 마구잡이로 사용되면서 시민 불안감은 여느 때보다 크다. 정부의 관리 능력을 믿을 수 없다며 3~4만원의 돈을 내고 백신을 맞는 시민이 늘고 있다.

이미 접종을 마친 영유아 및 어린이 부모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은 이달 8일부터 생후 6개월 이상 만 9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대상자들은 독감 백신을 최소 4주 간격으로 2차례 맞아야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백신 접종을 중단하기 전까지 이미 1차 접종을 끝낸 아이 부모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에서 안전하다고 하니 믿어야겠지만 문제가 있는 백신을 접종한 것은 아닌지 찜찜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백신이 부족할 것이라는 루머까지 돌면서 코로나19 확산 당시 벌어진 마스크 대란처럼 자칫 `백신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어난 충북 도립 청주의료원 백신 무단 반출 사건은 맥을 빠지게 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백신 접종 중단 사태 속에서 이 사건을 접한 대다수 시민은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실망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테다.

보건당국 조사 결과 청주의료원은 지난 8일부터 독감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보건소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백신 440여개가 사용됐는데, 이 가운데 200여개는 의료원 직원과 가족 등이 접종받았다고 한다. 직원들이 몰래 백신을 빼돌려 가족과 지인 등에 접종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 가족 50% 할인 혜택까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접종자 명단과 수납대장, 결제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의료진 1명이 평균 3~4명 분량의 백신값을 치른 것이 확인됐다. 의사와 간호사 1명이 4~5개의 백신을 가족이나 지인 몫으로 배정받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병원 직원들의 백신 반출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는데, 이런 악습은 이참에 기필코 근절돼야 한다.

보건소의 수사 의뢰로 경찰이 의료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번 의혹이 낱낱이 밝혀지길 바란다. 무단 반출에 관여한 이들은 엄정하게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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