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삼킨 민족 대명절 정치·경제·사회 이슈도 묻혔다
코로나19가 삼킨 민족 대명절 정치·경제·사회 이슈도 묻혔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10.04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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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 민심
가족 만남 시간 최소화 … 친구들 술자리도 기피 분위기
연휴기간 아파트 주차장 `빼곡' … 음식배달 주문만 쇄도
수능 앞둔 학부모 감염 우려 방문 자제 … 전화로 안부
방역협조 당부 불구 주요 관광지 북적 … 거리두기 외면
첨부용. /사진=뉴시스
첨부용. /사진=뉴시스

 

“명절 쇠러 고향집에 오면서 이렇게 맘 졸이기는 처음입니다. 추석 밥상머리에서도 기본적인 안부인사 외에는 코로나19 얘기가 전부였습니다.”

추석 당일 오전 차례 시간에 맞춰 잠시 고향인 괴산을 찾았다는 김모씨(50·증평군 증평읍)는 “부모님들께서 추석에 안 와도 된다고 말씀은 하셨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소강상태인 것 같아 조심스럽게 고향집을 다녀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즐겁고 풍성해야 할 추석이 코로나19로 인해 고향에 가지 않는 것이 효도라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어디에서도 고향집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못 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만들어낸 고향방문 자제라는 2020년의 추석 신풍속도가 올해 한 번으로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왁자지껄한 명절 밥상머리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던 정치, 경제, 사회를 망라한 명절민심이 이번 추석만큼은 코로나19에 묻혀 맥을 추지 못했다. 가족을 만나도 최소한의 짧은 시간만 할애했고, 평소 때와 같은 친구들과의 한잔은 상상도 못할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예년 명절 같았으면 추석 밥상머리를 뜨겁게 달궜을 추석 전 정치권의 주요쟁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병역특혜 의혹과 연평도 해역에서 우리 공무원이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책임 소재와 진상 규명도 밥상머리에 오르지 못했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이모씨(51·청주시 모충동)는 “지척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지만, 연로하신 부모님의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돼 혼자만 방문해 차례를 지내고 왔다”며 “경북 상주의 처가는 전화로 안부를 대신 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매우 죄송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을 두 달 앞둔 고3 큰아이를 생각해서라도 가족 중에 코로나19 환자가 나오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추석연휴를 집에서만 보낸 이들도 많았다.

청주 수곡동 주민 임모씨(35)는 “이번 추석에 고향을 찾지 않은 주민이 많은 탓인지 연휴기간 내내 아파트 주차장에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그렇다고 주변 상가가 활기를 띠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배달 오토바이만 쉼 없이 드나들었다”고 명절분위기를 전했다.

추석연휴를 이용해 휴가를 간 이들을 탓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연휴기간을 집에서만 보냈다는 유모씨(49·청주시 옥산면)는 “TV를 보면 주요 관광지 숙소가 빈방이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고 하는데 누구는 놀러 갈 줄 몰라서 집에 있는 줄 아냐”며 “부모님 안 찾아뵙고 여행을 가는 게 과연 효도고, 방역협조인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석재동기자
tjrthf0@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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