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를 수호하는 상당산성의 동장대, 보화정(輔和亭)
청주를 수호하는 상당산성의 동장대, 보화정(輔和亭)
  • 김형래 강동대 교수
  • 승인 2020.10.0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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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보화정 전경.
보화정 전경.

 

상당산성은 고대로부터 청주지역의 역사를 간직한 채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청주시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하여 주변을 한눈에 관망할 수 있다. 성곽의 모습은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하여 지금은 청주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상당산성은 백제 때 토성(土城)으로 처음 쌓여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당산성이라는 이름은 백제의 상당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통일신라 때 서원소경이 청주에 설치되었는데 이때 김유신의 셋째 아들 원정(元貞)공이 서원술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어 이때 축성된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이후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 중인 1596년(선조 29) 충청병마절도사로 부임한 원균(元均, 1540~1597)이 상당산성을 중요시하여 급히 개축하였다는 기록이 전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청주가 교통로상·군사상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충청병영이 옮겨오자 상당산성은 병마우후(兵馬虞侯)가 주재(駐在)하는 군사 요충지가 되었다. 1716년(숙종 42)부터 4년간에 걸쳐 성벽을 석축으로 개수하였으며, 남문 등의 성문과 성벽에 당시 공사 관계자들의 이름과 관직명 등이 새겨져 있다.

상당산성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조선 영조(英祖) 때이다. 『上黨山城古今事蹟記(1744)』·『英祖實錄』·『備邊司謄錄』·『淸州誌』·柳河喆의 『日記』등에는 이인좌의 난이 끝난 뒤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하였다는 기록이 전한다. 특히 1764년(영조 40)에 그려진 「上黨山城圖」는 상당산성의 조선후기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현황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보화정(輔和亭)은 상당산성의 동장대이다. 장대는 장군의 지휘와 주변의 감시를 목적으로 세워졌는데, 상당산성에서는 2곳에 설치되었다. 서장대는 제승당(制勝堂)이라는 이름으로 서문인 미호문(彌虎門) 남쪽 가장 높은 봉우리로부터 약간 내려온 곳에 위치해 있으며, 동장대는 보화정(輔和亭)이라는 이름으로 동벽과 남벽이 교차하는 모서리 평탄지에 위치하고 있다. `보화정(輔和亭)'이란 `모든 주민들이 화합된 의지로 지킨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보화정(輔和亭)의 정확한 창건연대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上黨山城古今事蹟記(1744)』에는 무신년(戊申年, 1728)에 장대를 만들었다고 하는 기록이 있으나, 동장대인지 서장대인지 알 수 없다. 동장대지(東將臺址)에서 `乾隆八年 癸亥四月'銘 암키와편이 수습되어 적어도 1743년(영조 19) 처음 세워졌거나 수축(修築)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산성이 영조 대의 보수 이후 일정기간 동안 그 기능이 상실되면서 방치되어 체성이 무너지고 여장 및 문루, 병영 등이 퇴락하게 되는데 이때 보화정도 허물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순조(純祖)대에 이르러 다시 상당산성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무너진 체성을 비롯하여 대대적인 보수가 이루어지나 보화정은 복원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보화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로 1992년에 복원한 것이다. 위치는 「上黨山城圖」에 있는 보화정이 그려진 위치와 맞는다. 건물 복원은 1747년(영조 23)에 병마절도사(兵馬節度使)를 지낸 이필구(李必?)의 『輔和亭記』와 『輿地圖書』의 기록을 참고하였으며, 상당산성이 18세기 전반기에 대대적인 수축을 하였으므로 이 시기의 건축양식을 토대로 하였다. 남아 있는 기록과 유구를 바탕으로 당시의 모습을 복원했다는데 의미가 있으며, 장군의 지휘소인 장대(將臺)로서 현존하는 사례가 많지 않은 현실로 보아 건축사적 의의도 있다.

김형래 강동대 교수
김형래 강동대 교수

 

상당산성은 조선시대 대대적으로 수축하여 크게 변모되었지만, 천 년 이상 지속되어 오면서 많은 역사유물이 명멸되어 온 역사유적이다. 지금도 우리 지역을 지키기 위한 군사들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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