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바둑 두고 운동하고 … 평범한 일상 즐깁니다”
“친구들과 바둑 두고 운동하고 … 평범한 일상 즐깁니다”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10.04 1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 인터뷰 / 어떻게 지내십니까-이기용 전 충북도교육감
퇴임 후 6년만의 언론 접촉 … 철저한 私人생활
청주 동기회사무실서 중고동기들과 일상 보내
65세에 골프 입문 … 한 달에 한 번씩 라운딩도
두 사돈도 교육계 출신 … 여행 함께할 만큼 친밀

 

“퇴임 후 일체의 공식자리에는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본보의 `어떻게 지내십니까?' 인터뷰가 퇴임 후 6년 만의 첫 언론 접촉이라는 이기용 전 충청북도 교육감은 “요즘엔 노인들의 경험과 경륜이 젊은세대에 도움이 안된다”는 말로 그동안 칩거아닌 칩거(?) 이유를 대신했다. 친구들과 바둑 두고 운동하고 격 없이 지내는 일상이 그리 편할 수 없다는 이 전 교육감은 “예순살이 훨씬 넘어 입문한 골프가 생활에 제법 활력소가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 2014년 교육감 퇴임, 그리고 지방선거의 지사 예비후보 전격 사퇴 후 6년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중고등학교 동기들과 많이 어울리고 있지요. 바둑·장기 두고, 고스톱이나 마작도 즐기고요. 청주시 분평동 원마루시장 내에 18년째 운영하고 있는 동기회사무실이 있는데 거기서 중고등학교 동기들과 일상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충북대 평생육원에서 일어와 중국어도 배우는데 잘 늘지 않습니다. 젊은이들과 어울리려고 배우고 있습니다.

- 평소 고스톱이나 마작을 꽤 좋아하셨던 걸로 압니다.
△아주 좋아하죠. 친구들과 어울리기에 좋은 놀이인 거 같아요. 내 신조가 자기수입의 하루 일당을 초과해 놀음을 하면 그게 도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늘 놀이 정도, 점심이나 저녁내기 같은, 친구들과 격의 없이 노는 놀이를 하는 편이죠.

- 퇴임 이후 공식석상에서 뵙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퇴임 이후 어떠한 공식자리 참석요청이 와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하게 사인(私人)의 생활을 하고 있지요.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원로, 노인들의 경험과 경륜, 지혜가 큰 도움이 됐지만 사회가 변하는 것을 넘어 통째로 바뀌는 요즘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되레 후배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늙는다는 것, 노인이 잘 못하는 게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살아야 하죠.

이 전 교육감은 현직에 있을 때 각종 행사의 축사나 치사에서 다른 단체장과 차별화된 연설로 입소문이 나 있었다. 짧고 간결한 인사말에 상황이나 행사 내용의 정곡을 찌르는 문장들, 가금씩은 문학적 감성이 담긴 표현을 썼기 때문으로 기억된다.

- 교육감 시절 축사나 연설문을 모아 책으로 출판했지요?
△3선의 교육감을 하면서 각종 연설문을 월별로 모아 발간했는데 나와 함께 충북교육 발전에 헌신한 교육동지들에게 되돌려 주자는 의미에서 `교육여정'이라는 연설문을 냈습니다.

- 요즘에도 글을 쓰십니까?
△글이라기보다 글씨를 쓰지요. 하루 1~2시간쯤, 신문과 책을 읽고 좋은 글은 노트에 꼬박꼬박 필기를 합니다. 잊지 않으려고요. 퇴임 후 쓴 게 대학노트 대 여섯권 되는데 얼마 전 팔꿈치가 아파 병원을 찾았더니 글씨를 너무 많이 써서 `주사병(主事病)'이 생겼다며 이제 그만 쓰라고 의사가 조언합디다.

이 전 교육감은 교육감으로 재직하던 65살 늦은 나이에 골프에 입문했다. 기관장 모임에 골프치는 일이 많다 보니 안 할 수가 없어 배웠는데 이원종 전 지사가 “머리를 올려줬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 평소 운동은 어떻게 하십니까?
△골프를 즐깁니다. 교육감 재직 때 이원종 전 지사님이 단체장 모임에서 강권해 배우게 됐는데 퇴임 후 내 나이에 전혀 무리 없는 운동이라 자주 즐깁니다. 드라이브 비거리가 180m 정도 되고 보기플레이는 합니다. 주로 친구들이나 교육계 후배들과 운동을 하는데 교육계 후배들과는 50명씩, 20명씩 골프모임이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씩은 라운딩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72)도 함께 배웠는데 지금은 아내가 나보다 더 잘 칩니다. 두 아들 내외도 골프를 배워서 석 달에 한 번씩은 가족 골프도 하고 있습니다.

이 전 교육감에게는 한 살 터울의 두 아들이 있다. 장남(46)은 금융관련 사업을 하고 있고 차남(45)은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가족얘기가 나오자 이 전 교육감은 두 사돈과의 아주 특별한 사연도 들려줬다.

- 사돈관계가 남다른 것으로 주변에 알려져 있습니다.
△두 사돈이 모두 교육계 출신입니다. 큰 사돈은 교원대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로 서로 `자식을 바꾸자'고 말한 게 인연이 돼 사돈이 됐지요. 작은 사돈도 ROTC 7년 후배로 마산상고 교장으로 퇴직했는데 안 사돈을 포함해 6명이 해마다 여름휴가도 같이 가고 해외여행도 자주 다닐 만큼 격의 없이 지냅니다. 사돈관계는 어렵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돈 내외가 모두 골프를 하다 보니 남자사돈이 여자사돈 3분을 초청해 라운딩을 책임져주는 행사도 주기적으로 갖고 있을 만큼 친밀합니다.
-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누구든 나이가 들면 건강하게 살다가 병치레 없이 가고 싶다고 말하듯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바람이 더 있다면 후세에 후배들로부터 “이기용처럼 살고싶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합니다.

충북교육의 수장을 세 번 연임한 뒤 충북지사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전격 사퇴했던 이기용 전 교육감.
공직을 떠난 그는 `지저분하지 않고 여기저기 끼어들지 않고 늙어가겠다'는 자신의 말처럼 정갈한 노후를 즐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영근 선임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