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염좌 2년간 한방치료 … 보험사기 덜미
척추염좌 2년간 한방치료 … 보험사기 덜미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09.2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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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일가족, 경미한 접촉사고 뒤 총 300여회 진료
상당署, 두달여 조사끝 한의사 “운전자와 결탁” 자백
피해자 가족 감사편지 … 한의사 처벌불원 탄원서도

속보=가벼운 접촉 교통사고 후 무려 2년 동안 부당한 한방치료를 받아온 30대 운전자(본보 6월 15일자 3면·26일자 7면 보도)의 보험사기 행각이 결국 경찰수사로 꼬리를 잡혔다.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벌인 상당경찰서는 현재 오모씨(35·경기 용인)와 한의사 이모씨(40·경기 용인)의 보험사기 혐의를 밝혀내고 사법처리를 검토 중이다.

이 보험사기의 시발이 된 교통사고는 아주 단순했다.

지난 2018년 8월 18일. 1톤 트럭을 몰고 경기도 안성을 가던 박모씨(64·청주시 서원구)는 경부고속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중 앞서가던 스포티지 차량(운전자 오모씨)을 추돌했다.

말이 추돌이지 앞 차량 뒷부분엔 사고흔적조차 식별할 수 없을 만큼 아주 경미한 사고였다.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박씨는 책임보험에서 오씨 부부와 한 살 된 딸의 치료비로 290만원, 차량수리비로 100여만원을 지급했다.

사고처리는 이렇게 끝났다. 하지만 이후 피해자 오씨 가족은 경기도 용인시의 ㅌ한의원(원장 이모씨)을 찾아 지속적으로 한방치료를 받아왔다. 그 기간이 무려 2년가까이 됐다. 치료횟수만도 개인별로 100~130회에다 보험 치료비가 1500만원에 달했다.

당시 한의사 이씨가 내린 오씨 가족의 진단명은 한결같이 척추염좌였다.

한방업계에서는 이 진단으로 2년 동안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환자와 한의사가 짬짜미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부당치료는 계속됐고 오씨 보험사(DB보험)는 2년이 지나서야 박씨에게 치료비 1500만원의 구상금을 청구했다.

당황한 박씨는 청와대 청원에 보험사, 경찰 등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번번히 거절을 당했다.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청주상당경찰서 강성관 경사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졌다. 강 경사는 두 달여의 집요한 조사 끝에 한의사 이씨로부터 오씨와 짜고 보험사기 진료를 했음을 자백받았다.

한의사의 진술결과 오씨 가족이 실제 치료를 받은 것은 20~30회 정도씩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한의사 이씨가 조작해 보험금을 타내는 사기수법이었다.

한의사 이씨는 경찰 자백 뒤 박씨 가족을 찾아와 눈물로 잘못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오씨는 여전히 “자신과 무관하다”며 발뺌을 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박씨 부인 홍모씨(60)는 “청주시내 경찰서를 모두 찾았지만 거절당했다”며 “강 형사님이 적극적으로 조사해줘 억울함을 풀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박씨 가족은 청주상당경찰서장과 강 형사 앞으로 감사의 편지를 썼다. 눈물로 사죄하는 한의사 이씨에 대해서도 처벌을 원치않는다고 합의를 해주는 아량을 베풀었다.

/오영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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