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도 소중하다
나무 한 그루도 소중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9.28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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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청주의 명물 중 하나인 살구나무길이 사라졌다. 봄이면 무심천 벚꽃길과 함께 흥덕구 복대동 일대를 핑크빛으로 물들이던 살구나무가 하천정비사업을 베어졌다. 30년을 자란 나무는 가장 왕성하게 꽃을 피우고 아름다움을 뽐내는 시기에 홍수예방이란 명목 아래 밑동이 잘려나간 것이다.

인근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예고도 없이 진행된 공사에 모두 놀라 달려나왔다는 주민들. 주민들의 항의에도 나무는 순식간에 베어졌다. 키우기는 어려워도 잘라내는 데는 1분이면 끝이다. 황량한 하천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살구나무거리를 조성한다는 푯말이 무색할 정도로 30년 자란 나무가 허망하게 쓰러져 휑한 하천의 모습을 드러냈다. 오가는 사람마다 멈춰 서서 한마디씩 했다. 주민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누가 마음대로 자르는 거냐는 항의였지만 톱날 앞에 받아들여질 리 만무하였다.

사업을 추진하는 충북도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2017년 가경천이 범람하면서 홍수 예방책으로 하천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수차례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나무를 베어내는 것으로 했고, 공사가 끝나면 나무를 식재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수차례 자문에는 주민들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정작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전문가의 결정에 따라 나무를 베어낸 것이다. 전문가들이 과연 살구나무 거리에 와보긴 했을까, 지역주민들에게 나무의 의미를 물어보기는 했을까, 의구심이 든다. 주민들에게 물었다면 그렇게 쉽게 베어내는데 동의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이곳은 홍수가 범람한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가경천 줄기라서 굳이 하천정비사업을 해야 했다면 수해 한 번 나지 않은 이곳의 나무는 살리고 공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찾았어야 했다. 1분으로 나무가 잘릴 일을 10분 만이라도 고민했다면 나무가 잘려나갈 일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나무 한 그루가 소중한 시대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 되면서 나무는 온난화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부각된지 오래다. 특히 사람들이 군집을 이루고 사는 도시는 더더욱 그러하다. 10년 전부터 도시숲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나무가 지닌 다양한 기능이 인간의 삶과 직계 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기후위기는 인류의 유일한 터전인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 산불, 태풍, 폭우, 폭염을 비롯한 기후위기 요인이 거대한 쓰나미로 지구위기를 가속하고 있다. 도로 포장률 90%라는 한국의 도로 상황과 지구온난화를 가중시키는 요인들을 볼 때 현재로썬 도시숲 조성이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숲을 가꿔도 모자를 시기에 잘 조성된 숲을 훼손하는 것은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일이다. 나무 한 그루가 네 사람이 필요한 산소의 양을 공급하고, 지닌 물의 양은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는 댐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나무들이 모여 있는 도시숲은 도시의 기온을 낮추고, 소음을 방지하고, 물을 관리하는 기능을 한다. 홍수를 예방하겠다며 나무를 자르는 우를 범하고 있다. 심각해지고 있는 도시 내의 환경과 자연재해를 방지해 줄 방법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오히려 도심에 나무를 식재해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집콕 생활이 자유롭지 못한 시민들에게 도시숲은 쉼터다. 그늘을 주고 열매를 주는 것을 넘어 힐링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따금 살구나무 길을 걷다 보면 이웃주민들의 정겨운 대화도 듣는다. 바로 소통이다. 그토록 중요하게 강조되는 것들이 이렇게 일상 속에 있다. 나무 한 그루 소중하게 다루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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