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엔 ‘방콕’, 고향엔 마음만 가자
올 추석엔 ‘방콕’, 고향엔 마음만 가자
  • 한봉재 충주시 안전행정국장
  • 승인 2020.09.2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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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봉재 충주시 안전행정국장
한봉재 충주시 안전행정국장

 

“올 추석엔 안 와도 된데이”, “사랑하는 며늘아! 우리 다음 명절에 만나자”

추석 명절을 앞두고 거리마다 걸려 있는 고향 방문 자제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씁쓸함을 자아낸다.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 올해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겠다. 가족 친지들이 함께 모여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고 햇곡식으로 만든 음식을 나눠 먹는 풍경이 과거지사가 되고 말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이 무색해진다.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풍속이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19는 아직도 기세등등하다. 전 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278만명을 넘었고 사망자 수도 80만명에 육박하니 그 영향력이 가히 파괴적이다.

올 3월 세계보건기구는 팬데믹을 선언했고, 코로나19는 도쿄 올림픽 연기 등 많은 국제 행사마저 취소 또는 연기시키는 위력을 떨쳤으며, 일부 스포츠 종목에서는 무관중 경기라는 새로운 경기방식을 도입게도 했다.

음력 8월15일 추석이 되면 달도 꽉 찬 보름달이 되고 이후 서서히 반달, 그믐달로 모양을 바꾼다. 세상 만물이 차면 기울기 마련인데, 코로나19는 아직 차지 않은 모양이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조석으로 날씨가 싸늘해져 사람들은 저마다 여름옷에서 가을옷으로 갈아입는다. 추석에 입는 새 옷을 `추석빔'이라고 불렀다. 어린 시절 추석 때마다 부모님이 사준 새 옷을 입고 즐거워하던 모습이 불현듯 기억난다.

계절이 바뀌고 추워지면서 코로나19의 영향력이 더욱 거세질까 봐 걱정이 앞선다. 백신의 개발속도는 더딘 가운데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시기가 다가오니 세계적 대유행의 파고가 더욱 높아지리라 생각된다.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수도권 집단감염이 본격화한 8월14일부터 37일간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고, 확산세가 한풀 꺾이면서 두 자릿수를 유지하더니 다시 세 자릿수로 올라섰다.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서 이번 추석 연휴 때 가급적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권고한 이면에는 추석 명절까지 지역사회에 퍼져 있는 조용한 전파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내린 당연한 결정이다.

무증상·잠복감염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지역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민족 대이동이라는 추석 연휴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다. 연휴기간 민족 대이동이 이뤄질 경우 지난 5월 연휴나 8월 여름 휴가철처럼 잠복돼 있던 조용한 전파가 폭발할 수도 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및 전국 2단계 조치 또한 일상생활과 관련된 사회 곳곳의 잠복감염이나 무증상감염을 막고자 하는 조치였다.

코로나19는 증상이 거의 없는 감염 초기에 전염성이 강한 특징을 보인다니 피하는 게 상책이다. 마스크를 쓰고 사람이 다수 모이는 장소를 찾지 않음이 코로나19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다.

즐겁기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추석 명절이다. 코로나19로부터 나를 지키고 가족과 친지를, 그리고 이웃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번 추석만은 고향을 찾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지내는 `방콕'일 것이다. 몸은 집에, 마음은 고향으로 향하는 이번 추석이 시민 모두의 동참으로 코로나19 종식에 한발 더 다가서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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