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운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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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9.2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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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한 시기인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국경절 연휴 기간에 중국 인구의 41%가 여행길에 오른다. 중국 관영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8일까지 중국 건국을 기념하는 국경절 연휴 동안 6억명이 국내 여행을 떠날 전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중국 국내 관광객 수 7억8200만명의 77%에 달하는 수치이며 중국 전체 인구 14억4000만명의 2/5에 해당하는 인구다.

중국 정부는 온 세계가 코로나19 위기상황인데도 불구 외려 자국민들에게 국내 여행을 권고하고 있다. 자국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됐다고 믿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지난 8일 베이징 인민대회에서 코로나19 방역 표창식을 열고 70분간에 걸친 연설을 통해 사실상 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했다. 시진핑 주석은 당시 “8개월 동안 우리 당은 전국 각 민족과 인민을 단결시키고 이끌어 코로나19와 대전을 치렀다. 위대한 노력을 통해 코로나19 전쟁에서 중대하고 전략적인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자국 언론을 통해 지난 27일 기준으로 41일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무려 14억 인구 중 한 달 하고도 열 하루째 단 한 명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폐쇄적인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을 고려하면 중국 언론의 보도를 100% 곧이 곧대로 믿을 수는 없겠지만 TV화면에 비쳐지는 중국의 국내 모습을 보면 그(코로나19가 종식됐다는) 상황을 전면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진원지인 우한에서는 수천명이 모여 맥주 파티를 여는 가 하면, 초중고교에서는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 여름부터 무관중 경기로 시작한 중국의 프로축구 리그는 8월 20일부터 유관중 경기로 전환해 경기 당 2000명의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자신감은 이미 넘쳐 흐르는 것 같다. 시진핑 정부는 이번 국경절 연휴 기간에 자국민의 여행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전국 명승지 1500여곳을 무료 또는 할인 개방하기로 했다. 중국 관광 명승지의 입장료는 비싸기로 유명하다. 보통 우리나라 돈으로 2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런 명승지의 입장료를 무료로 한다니 많은 관광객들이 발길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각 지방 정부는 숙박비나 입장료를 지원해주는 여행 쿠폰을 배포하고 있다.

망운지정(望雲之情). 타향에서 구름을 바라보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그리워한다는 뜻인데 지난 주말 정세균 국무총리가 추석 맞이 담화문에서 이 말을 꺼냈다.

정 총리는 담화에서 “(이번) 추석 연휴의 최고의 선물은 멀리서 그리운 마음을 전하는 망운지정”이라며 “올해만큼은 (안전을 위해)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게 오히려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번 추석 연휴의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가족과 국가 사회의 안전을 위해 제발 여행을 하지말아달라는 우리나라와 숙박 할인 쿠폰을 주고 명승지 입장료를 깍아주며 여행을 독려하는 중국. 불과 9개월 전, 코로나19의 진원지가 중국 우한임을 감안하면 뭔가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것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 인류가 맞이하게 된 사상 초유의 새 일상, `뉴노멀'이 종식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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