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9.2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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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요즘 외출은 물론 누군가와의 만남 또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주말이 되면 아무런 의욕 없이 텔레비전에서 일방적으로 흘러나오는 방송을 보며 온종일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무기력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늘은 이런 나 자신을 바꿔볼 심산으로 과감히 텔레비전을 끄고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고자 서재로 갔다. 온종일 낡은 책들과 씨름을 하던 중 우연히 한 권의 책을 발견하였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이치카와 다투지). 군 복무 시절 침낭 속에서 랜턴 불 하나에 의지해 밤잠을 새워가며 읽었던 책이다. 진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 평생 소장하고자 했던 책이다. 다시 한번 그때의 감동을 느껴보고자 서재에 그대로 앉은 채 책을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출판 당시 600만명의 가슴을 울린 화제의 베스트셀러이자 2004년에는 일본에서 영화로 개봉되면서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와 도서로 등장한 책이다.

비의 계절이 되면 돌아온다는 유언을 남기고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게 되어버린 아내 `미오'그런 미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에 부자간인 `다쿠미'와 `유지'는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둘만의 방식으로 아내이자 엄마인 죽은 미오를 잊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부자 앞에 미오가 다시 나타나게 되지만 두 부자를 기억하지는 못하였다. 그런 미오의 옛 기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두 부자는 최선을 다하게 된다. 미오는 결국 기억을 해내지는 못하지만 타쿠미와 유지 부자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되고 가족으로 다시 한번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비의 계절이 끝나고 미오는 약속대로 두 부자의 곁을 다시 떠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끝나게 된다.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이다.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이야기. 하지만 애틋한 사랑이야기이다. 작중에서는 누군가의 의도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나의 생각은 타쿠미와 유지의 간절함과 그리움 그리고 미오를 기억하며 보낸 시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욱더 감동적이었던 점은 가족과의 행복한 기억이 다시 돌아왔다는 점이 아닌 비록 옛 기억과 추억들은 사라져버렸지만 다시 한번 사랑을 느끼고 그들을 다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가족의 사랑은 머릿속이 아닌 가슴으로 기억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 나는 군인이었다. 당시 어린 감정으로는 타쿠미와 미오라는 두 남녀의 사람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가 된 지금은 그들 사이의 유지라는 아들과의 사랑, 주변 사람들과의 사랑 등 폭넓은 의미의 사랑이 눈에 보이게 되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사랑이 존재할 것이다. 연인 친구, 가족, 이웃 등등 수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다.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언제 가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올 것이고 어쩌면 영원히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순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 사랑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대하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비록 출판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코로나19로 피곤하고 지루한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요즘 우리의 가슴 속에 따듯한 감동의 불을 지펴주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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