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에 현금 쟁여놓나…10장 중 8장 꽁꽁 숨어버렸다
'코로나 공포'에 현금 쟁여놓나…10장 중 8장 꽁꽁 숨어버렸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09.2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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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수율 20.9% 1년 전(60.1%)보다 급감
주요국도 고액권 위주 화폐발행 급증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5만원권을 중심으로 현금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화폐발행잔액이 급증한 반면 환수율은 '뚝'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위기로 경제가 불안해지자 현금을 쟁여두려는 심리가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됐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코로나19가 주요국 화폐 수요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화폐발행잔액이 5만원권을 중심으로 확대된 가운데 3~8월중 환수율이 20.9%로 전년(60.1%)대비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시중에 발행된 화폐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으로 10장 중 8장이 장롱이나 금고 등에서 잠자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비접촉 결제가 늘어나면서 화폐 수요는 줄어들기 마련일텐데,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한은은 올해 5만원권 제조 발주량을 지난해보다 3배 이상 크게 늘렸음에도 5만원권 수요가 급증하자 지난 5월 2조원을 추가 발주한 바 있다.



화폐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등 주요국에서 코로나19 이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이 이들 주요 8개국을 대상으로 화폐발행 동향을 살펴본 결과 코로나19 이후 화폐발행증가율이 평상시 대비 2~3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우 위기 이전인 지난해 3~8월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5% 수준이었으나, 올해 3~8월에는 평균 13%로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11%)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유럽연합의 화폐발행잔액 증가율도 지난해 평균 5% 수준에서 올해 3~7월 평균 9% 수준으로 올라섰다. 특히 고액권인 200유로권이 가장 높은 91%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중국에서도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지난해 평균 3% 수준에서 올해 3월 11%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현금 접근성이 제약될 우려가 높아지자 사전에 현금을 확보해두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요국의 봉쇄령에 따른 화폐수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선 영향도 있다.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경제 주체들의 현금 선호 경향이 뚜렷해진 점도 화폐 수요를 늘리는 데에 영향을 줬다. 한은은 "유럽연합과 일본 등 주요국 곳곳에서 고액권을 중심으로 화폐 수요가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가치저장 수단이나 비축 등 예비적 화폐 수요가 크게 늘어났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과거 'Y2K(밀레니엄 버그)' 공포와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 속에서도 현금 비축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위기 시 현금에 대한 신뢰가 비현금지급수단보다 우위에 있음을 시사한다"며 "한은도 현금 수요 급증에 대비하면서 공급된 화폐가 적재적소에 공급될 수 있도록 시중 화폐수급 상황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필요 가능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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