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가경천 30년 된 살구나무 `싹뚝싹뚝'
청주 가경천 30년 된 살구나무 `싹뚝싹뚝'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9.24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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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지방하천 정비사업 명목 마구잡이식 훼손
주민들 “살구나무거리 오랜 쉼터 … 이해할 수 없다”
도 “홍수피해 대비 … 10차례 전문가 회의 후 결정”

 

충북도가 지방하천 정비사업이란 명목으로 청주 가경천 일대의 30년 된 살구나무를 마구 베어내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봄이면 무심천 벚꽃과 함께 청주의 아름다운 거리로 주목받는 가경동 살구나무거리를 상당부분 훼손시키면서 하천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24일 청주 가경천 공사현장에서는 형석아파트에서 경산초등학교 인근까지 심은 살구나무가 모두 베어지고 하천을 넓히는 공사가 진행됐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주민들은 “왜 살구나무를 베는지 모르겠다”며 푸념했다.

인근 세원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주민 이모씨는 “살구나무거리는 주민들의 오랜 쉼터다. 봄이면 꽃 보러 사람들이 나오고 그늘이 좋아 산책 삼아 운동하러 나오는 곳이다”며 “이렇듯 사랑을 받는 살구나무를 주민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베어내는 게 말이 되냐”고 항의했다.

또 “지구온난화다,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면서 자연의 소중함이 강조되는 시대인데 30년 된 나무를 아무 생각 없이 베어내는 게 우리 지역의 행정 현실”이라며 “30년 걸려 조성된 살구나무거리가 다시 30년 뒤로 미뤄졌다”고 탄식했다.

역시 인근 신라아파트 주민 박모씨도 “가경천에서 볼거리라곤 살구나무꽃이었는데 아침에도 멀쩡하던 나무가 퇴근해 오니 베어져 있어 깜짝 놀랐다”면서 “하천을 정비하는 사업이라면서 굳이 오래된 나무까지 베어낼 필요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베어야 한다면 한 번쯤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하천정비사업이라지만 가경천은 큰 장마에도 넘치는 일이 없었다”면서 “살구나무거리가 조성된 지 30여년이다. 살구나무꽃이 필 때면 많은 시민들이 가경천을 찾고 자부심을 느꼈는데 하루아침에 도둑맞은 기분”이라며 허탈감을 드러냈다.

이에 충북도 자연재난과 담당자는 “민원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홍수 피해를 대비하기 위해 사업이 추진됐다”며 “도심하천이 좁다 보니 단면적을 넓히고 높이기 위해서 사면을 완만하게 해야 한다. 전문가 회의를 10차례 한 후 결정된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이곳은 장마 피해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다른 가경천 일대에는 홍수피해가 컸다. 향후 홍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면서 “홍수를 대비해 호안블럭과 매트리스 돌망태, 전석쌓기 홍수방어벽이 설치된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주민들이 쉴 수 있도록 나무도 식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청주 가경천 `살구나무거리'는 1994년 쾌적한 주거환경과 가경동 및 복대동을 살기 좋은 동네로 가꾸자는 취지로 조성됐다. 가경동 동부아파트에서부터 하복대 두진백로아파트까지 약 7㎞ 구간에 살구나무 3000여 그루가 심겨져 있어 꽃이 피는 봄철에는 장관을 이룬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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