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노트르담
내가 사랑한 노트르담
  •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 승인 2020.09.2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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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어릴 적 TV 명화극장에서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영화를 참 재미없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흑백 TV 화면이기도 했지만, 내용도 그렇고 낯선 배우들의 등장과 밤늦은 시간 졸리고 재미없던 기억은 노트르담이라는 단어조차 내게는 그저 따분함으로 기억되었습니다.

첫 프랑스 여행에서도 파리 시내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한 나의 흥미는 미술사에 나오는 유명한 성당 외에 특별히 관심을 두는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파리 시청 앞을 지나 터벅터벅 걷다 보면 얼마지 않아 노트르담 대성당이 나옵니다. 정문 앞에는 그야말로 문전성시가 따로 없습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려는 사람들 모습은 물론, 많은 여행객으로 북적이는 곳이 바로 노트르담 광장 앞이었습니다. 정면에서 바라본 대성당은 사실 크게 감동을 주지는 않습니다. 고딕 양식이란 게 원래 쭉쭉 뻗은 기둥 같은 형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정면 양식은 자잘한 아름다움보다는 웅장함과 규칙적인 건축 특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트르담을 그냥 스치듯 지나 곧바로 센강으로 내려갔습니다. 센강을 따라 목적 없이 걸어보는 게 목적이었으니까요. 반대편 센강에 도착해 잠시 강둑에 자리를 잡고 벌러덩 누웠습니다. `하늘은 높고~ 푸르르고~ 주변엔 온통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들로 넘쳐나고~ 누가 나를 참견하는 사람은 없고~ 호호'

이런저런 공상을 하며 10여 분쯤 지났을까? 누워 센강을 바라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눈앞에 강 건너 노트르담 성당이 환상적인 모습으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정면에서 보여준 둔탁한 이미지와 다르게 측면은 고딕 양식 특유의 뾰족한 첨탑과 함께 다양하고 섬세한 아치형 창문들이 빼곡한 정말 멋진 건축물이었습니다. 커다란 나무들이 성당을 보좌하듯 감싸고, 그 앞 센강을 무심히 지나는 화물선의 모습과 함께, 노트르담 성당이 왜 세계 최고 건축물 중 하나라고 말하는지 비로소 확인되었습니다. 그 뒤로 나는 노트르담의 팬이 되었습니다. 특히 노트르담의 최고 포즈를 바라볼 수 있는 센강 언덕은 어느덧 내가 파리를 찾을 때마다 가장 먼저 달려가는 나만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여름날 해 질 녘 노을을 머금은 노트르담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2019년 4월 15일 노트르담과 관련해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성당 보수를 위해 설치했던 공사시설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불과 1시간 만에 노트르담은 지붕 첨탑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내가 최고 멋지게 바라봤던 바로 그 첨탑입니다. 첨탑에서 발생한 화재로 목재 재질의 내부 장식이 화염에 휩싸이면서, 첨탑과 지붕이 완전히 붕괴되어 거의 폐허로 변했다고 합니다.

나는 생방송으로 실시간 생중계된 노트르담 화재 현장을 보면서 아연실색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화재로 손상된 노트르담 성당을 2024년 파리 올림픽 때까지 복구해보겠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들 이야기를 합니다. 혹시 내가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여행한다면, 아마 가장 먼저 센강으로 달려가 노트르담의 아름다움이 어느 정도 복구되었는지 그것부터 확인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곳에는 미술인으로 나의 청춘과 꿈, 그리고 정말 아름답던 노트르담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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