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별자리, 자만을 경계할지니
가을철 별자리, 자만을 경계할지니
  • 한강식 보은 속리산중 교사
  • 승인 2020.09.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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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식 보은 속리산중 교사
한강식 보은 속리산중 교사

 

올해 중부지방의 장마 기간은 54일로 1973년 기상관측 시작 이래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되었다.

전국적으로도 평균 장마일 수가 28.3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덕분에 올해 여름은 정말 `별' 볼일 없는 계절이었다. 이따금 짙은 구름 사이로 보이는 별 하나가 어찌나 반갑던지. 그래도 가을에 들어서면서 비교적 맑은 밤하늘이 돌아와 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사실 가을은 사계절 중 별자리가 가장 심심한 계절이다. 밝은 별이 적어서 특히 도심에서는 뚜렷하게 보이는 별이 많지 않다. 그래도 9월 말이면 자정 무렵 남쪽 하늘 고도 약 70도 부근에 정사각형에 가깝게 배열된 별 4개가 보이는데, 이를 페가수스 사각형이라고 한다.

페가수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벨레로폰이 타고 다니던 날개가 달린 말이다. 벨레로폰은 키메라(머리는 사자, 몸통은 양, 꼬리는 뱀으로 이루어진 괴물)를 물리친 인간 영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너무 자만한 나머지 천상의 신들과 실력을 겨루러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다가 신들의 노여움을 산다. 제우스는 작은 등애를 보내 페가수스를 물게 하였고, 이에 놀라 날뛰던 페가수스는 벨레로폰을 떨어뜨려 죽게 만들었다고 한다.

페가수스 사각형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페가수스 머리는 서쪽을 향해 있다. 서쪽에는 은하수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때문에 등애에 놀란 페가수스가 은하수로 뛰어드는 장면으로 묘사되곤 한다.

페가수스 사각형의 동쪽으로는 안드로메다 자리가 연결되어 있다. 안드로메다는 에티오피아의 왕비였던 카시오페이아의 딸이다. 자신의 미모를 과시해왔던 카시오페이아는 바다의 요정보다 자신의 미모가 뛰어나다고 자랑하다가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산다. 그 벌로 딸인 안드로메다를 바다 괴물의 제물로 바치는 처지에 놓인다. 다행히 영웅 페르세우스가 바다괴물을 물리쳐 안드로메다가 괴물의 밥이 되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가을철을 대표하는 두 별자리의 이야기에서 모두 `자만'의 결과를 연상할 수 있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고등 지적 생명체로 모든 것을 가능케 할 것만 같았던 인간이지만 감염병 확산과 기후변화로 적잖은 위기를 겪고 있다. 그 근간에 나 하나쯤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기와 자만이 깔려있는 것은 아닐까.

공동의 생존을 위한 공공성의 가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부쩍 고민이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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