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환경교육, 여든까지 간다
세 살 환경교육, 여든까지 간다
  • 유민용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 승인 2020.09.2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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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유민용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유민용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양심불량.”
“몇 푼이나 한다고….”
“쓰레기 분리배출장에 CCTV 설치합시다.”
아파트 입주민들끼리 소통하고 있는 밴드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위에 누군가 몰래 두고 간 검은색 봉지의 음식물 쓰레기 사진이 올라왔다. 답답하고 화가 난 주민들은 한 마디씩 자신의 감정을 댓글로 단다. 나는 주로 밴드에서 `눈팅'으로 활동하는데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사진이 아닐 수 없다.
아파트 쓰레기 분리배출장에 가보면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에 적정하게 배출하지 않고 바닥이나 기기 위에 던져놓고 간 음식물 쓰레기를 종종 보게 된다. 비단 음식물 쓰레기뿐만이 아니다.
버려진 종량제 봉투 사이에는 수줍게 몸을 움츠리고 있는 일반 비닐봉지에 담긴 쓰레기도 있고, 음식물이 빨갛게 묻어 있는 플라스틱 용기, 커다란 이불,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서 내놓아야 할 소형 가전제품까지 참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생활쓰레기 처리 방법에 대해 사람들은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환경'이 수능시험 과목이 된다면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구별하는 문제는 수험생들이 가장 헷갈리는 고난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 선택 교과로 환경 과목을 개설하고 환경 전담교사를 배치한 중학교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은 전담교사의 지도로 친환경 소비생활 교육, 쓰레기 줄이기 참여 교육, 학교 숲 활용 수업, 환경동아리 활동,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줄이기 학습까지 실천과 경험 위주의 다양한 환경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일찍부터 환경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실제로 소비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친환경적 가치를 실천하게 되고, 그러한 변화는 부모에게도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환경 과목은 지난 1992년 정규 과목으로 신설돼 사범대에 환경교육과까지 설치됐지만 현재까지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입시 과목에 밀려 외면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환경 과목을 채택하는 학교가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온 나라가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환경 가치의 의식과 지적 수준을 일찍부터 제고할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환경교육의 의무화가 지속 가능한 미래 환경을 위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미래의 지구를 살아가고 지켜가야 할 아이들이 환경교육을 받음으로써 자원과 에너지의 생산·유통·소비·순환의 전 과정을 학습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가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윤리를 실천하는 성숙한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지 않을까.
재활용품과 일반 쓰레기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 집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녀석 학교도 환경 과목을 가르치는 멋진 선생님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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