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역 저축은행 대주주가 `쥐락펴락'
청주지역 저축은행 대주주가 `쥐락펴락'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09.2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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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반환 형수 편법급여 조카 통장서 5억 무단 인출
카드대금·세금·보험료·기사 인건비도 수시로 빼가
국립대 교수 실질적 경영 … 겸직금지 위반 의혹도

 

45년 역사의 청주모저축은행 대주주가 은행의 타인 계좌에서 수억원을 무단 인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대주주인 이모씨(60·국립대 교수)는 은행 현 대표의 남편으로 공무원 신분 임에도 최근까지 회장으로 불리며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해 온 것으로 알려져 공무원 겸직금지조항 위반 의혹도 사고 있다.

이 은행은 1975년 설립돼 자산 2000억원대의 서민금융으로 자리 잡은 대표적 지역은행이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17년 전 당시 대표이사였던 형의 사망으로 동생이 대주주가 된 이후 형수인 류모씨(65·전 대표이사)와의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면서다.

이 와중에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 감사에 은행의 대주주 편익제공 사실이 적발됐다.

대주주인 본인은 물론 형수인 류씨(전 대표이사)와 조카 이모씨(32·유씨의 아들) 등에 대한 편법적 급여지급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주주 이씨는 이중 형수인 류씨에게 지난 7~8년 동안 받았던 급여 약 4억4000만원을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류씨가 이 돈을 반환하지 않자 류씨의 아들이자 조카인 이씨(32)의 저축은행 통장에서 5억원을 인출해 모 시중은행으로 입금시켰다.

당시 돈을 인출해준 은행직원 이모씨(여)는 “회장님의 지시로 돈을 인출해 줬다”고 말했다.

류씨는 “내가 돈을 반납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떻게 아들 통장에서 무단으로 돈을 빼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더구나 아들은 돈 인출에 동의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돈을 인출한 시점은 지난 6월 4일로 이때까지 금감원 측으로부터 돈을 회수하라는 통보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대주주 이씨는 “금감원 적발 뒤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선제적으로 돈을 회수하면 금감원이 선처할 것이라고 해 류씨의 회수금을 조카 통장에서 인출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주주 이씨가 조카 통장에서 돈을 빼 간 것이 이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KB은행카드 대금 350만원, 자신의 부가세 450만원, 심지어 건강보험료로 700여만원을 인출했다. 지난 4월 이후 통장거래 내역에 드러난 것만 그렇다.

류씨는 “시동생이 가족들의 항공료와 용돈, 또 누군지 모르지만 제3자 명의로 아들 통장에서 돈을 수시로 인출했다”며 “대주주의 직위를 이용해 사금고처럼 돈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주주 이씨는 “형이 작고한 뒤 10대의 어린 조카를 보살피기 위해 조카의 통장관리를 해왔다”며 “이게 우리 가문의 관행이고 조카를 40살까지 보살피라는 부친의 유지를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미성년자가 아닌 30살이 넘은 조카의 통장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마”며 “금융실명제법은 물론 형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 오영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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