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디 먼 조세정의
멀디 먼 조세정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9.21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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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지난 10년간 경제적 최상위 계층의 고소득 사업자들이 신고하지 않은 소득 총액이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형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일 국세청으로부터 입수한 고소득 사업자 세무조사 실적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고소득사업자 7760명은 총 21조2389억원의 실제 소득을 신고해야 했지만 신고 과정에서 절반에 가까운 9조5464억원을 누락하고 11조6925억원만 신고했다. 1인당 누락시킨 소득은 무려 12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이들이 누락했다가 세무조사를 통해 적발한 적출 소득(미신고 소득) 9조5464억원을 근거로 이들에게 총 5조2213억원을 부과하고 징수에 나섰다. 하지만, 징수율은 기대 이하다. 10년 전인 2010년의 징수율은 91%에 달했으나 지난해 징수율은 60.5%에 불과하다. 10년 연평균 징수율이 69.1%로 부과액의 30%를 여전히 못 받고 있는 셈이다.

자료를 공개한 양형자 의원이 국세청에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다음과 같이 쓴소리를 했다.

“세원이 투명한 직장인의 유리지갑과 대비되는 고소득사업자의 세금 탈루는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 공평과세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탈루위험이 높은 고소득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확대하고, 부과세액에 대한 징수율을 높여야 한다”.

지난달 21일 김대지 국세청장이 새로 취임했다. 청와대의 후반기 국정 쇄신 동력 강화 차원에서 임명됐다는 후문이다.

김 청장은 취임사에서 4대 중점 추진 과제를 언급했다. `친화적'이고, `포용적'이며, `공평한' 국세 행정과 `행복한 국세청'을 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 중 공평한 국세행정 구현을 언급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공정경제 구현에 역행하는 기업자금 불법 유출, 사익 편취 등 중대 탈루 행위를 근절하고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 국가적 위기를 틈탄 민생 침해 탈세, 반사회적 역외 탈세, 부동산 거래과정의 변칙적 탈세 등에 대해 무관용으로 엄정히 대응하겠다”.

이중 `민생 침해', `반사회적', `무관용', `엄정 대응' 등의 어휘가 눈에 띈다. 검찰, 경찰에 이어 제3의 사정 기관의 수장으로서 취임 일성으로 단호하게 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아직 이를 듯싶다. 역대 국세청장들이 모두 비슷한 기조의 취임사를 했으며, 그 결과도 별무신통이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전임 청장 시절에도 차명 재산 추적, 기업 자금 불법 유출, 역외 탈세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등에 조사 역량을 집중해 조세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했으나 2019년 고소득 사업자 탈루소득에 대한 부과세 징수율은 지난 10년간 최저 수준인 60.5%에 그쳤다.

국세청에서 `조세 정의'는 청장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다. 그러나 변혁의 모습은 쉬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주변에는 법정에서의 성공 보수 수임료 수십억원대가 현금으로 오가고, 성형외과 비용은 현금이 카드보다 절반이 싸다.

세정 사각지대인 지하 경제는 여전히 GDP(국내 총생산)의 10%대를 차지할 정도로 번성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탈루되는 세금만 연간 50조원을 넘는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갈 길 먼 공정과세. 봉급쟁이, 제조업 사장, 자영업자만 `봉'이 되는 세상이 언제 바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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